우리는 왜 2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꿀까? [에코노트]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이 기사, 혹시 스마트폰으로 보고 계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 나의 ‘몇 번째’ 스마트폰인지 한번 세어보세요.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그 이상인가요?

스마트폰은 다른 전자제품보다 유독 교체주기가 짧은 품목입니다. 어디든 들고 다니다 보니 실수로 떨어뜨리거나 분실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지고 배터리가 급격히 소모되는 걸 느낄 수 있죠. 신제품은 또 어찌나 빠르게 쏟아지는지, 통신사 2년 약정을 채우고 나면 벌써 ‘구형 폰’ 취급받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이 스마트폰, 이렇게 많이 쓰고 쉽게 버려도 되는 걸까요?

서랍에 쌓이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 2년 4개월
게티이미지뱅크

정보통신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20대 이상 스마트폰 이용자의 평균 사용 기간은 27.9개월(약 2년 4개월)이었습니다. LTE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2년 하반기(23.9개월)와 비교하면 그나마 4개월 늘었는데요. 10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했다면 벌써 단말기를 4대 이상 사용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고장 나거나 더이상 쓰지 않는 스마트폰은 어디로 갈까요. 중고거래를 하거나 제조업체에 보상 판매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집안 어딘가 서랍 같은 곳에 보관하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어서 어설프게 버리는 것보다 갖고 있는 게 낫다고 여기는 거죠.

그래서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과 비교하면 공식 회수되는 폐휴대폰 물량은 매우 적고, 자원으로 재활용되는 비율도 미미합니다. 2020년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이 수거한 폐휴대폰 물량은 4234㎏. 중형 스마트폰 무게가 170g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2만4900여대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스마트폰 속 금속 자원, 노트북 PC보다 가치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안에는 생각보다 값비싼 자원이 들어있습니다. 금, 알루미늄, 텅스텐, 구리, 철, 코발트, 희토류 등 평균 62종의 금속이 결합해 있죠.

2018년 국내에선 삼성과 LG의 스마트폰 자원화 가치를 두 회사의 노트북과 비교한 연구가 나왔는데요. 당시 삼성 스마트폰의 자원화 가치는 1㎏당 3만4991원, 삼성 노트북은 1㎏당 4831원으로 나타났습니다. LG 스마트폰은 1㎏당 2만8506원, LG 노트북은 1㎏당 7053원의 자원화 가치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마트폰의 자원화 가치가 노트북보다 월등히 높은 겁니다.

연구진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폐가전제품 내 자원의 재활용, 이들을 활용한 소재의 개발, 최종 제품의 생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도시광산업의 활성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도시광산업은 폐기되는 휴대전화와 컴퓨터 부품에서 고부가가치의 금속자원을 회수해서 재공급하는 산업입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의 자원을 재활용하는 건 환경 보호는 물론 경제적 관점에서도 꽤 중요한 과제입니다.

폐휴대전화 모아서 보내세요… 배터리·충전기도 가능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 '나눔폰' 홈페이지 캡처

현재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① 제조업체에 보상판매하거나 ② 지자체가 설치한 폐휴대폰 수거함을 이용하거나 ③ 폐가전 회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중 ②번은 지역 주민센터 등에 문의해 수거함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③번은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 직접 택배를 보내거나(착불) 무상 방문수거(수거할 품목이 5개 이상일 경우)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택배로 휴대전화·충전기 기부하기 : 나눔폰.kr/info
▶5개 이상 무상 방문수거 신청하기 : www.15990903.or.kr

조합에 수거된 휴대전화는 배터리와 케이스 등을 분리한 뒤 휴대폰 본체의 형태가 남지 않도록 파쇄하고, 물질별로 모으는 선별 과정을 거쳐 자원으로 재활용합니다. 택배를 직접 보낼 때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기도 함께 넣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전액 기부되고, 기부금 영수증 발급도 가능합니다.

전자제품 고쳐 쓸 수 있는 권리… ‘수리권’ 법안도

컨슈머인사이트는 스마트폰을 바꾸게 된 이유도 조사했는데요.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3%가 ‘노후화·성능저하·고장이 잦아서’라고 답했습니다. ‘단말기에 문제는 없지만 최신폰을 쓰고 싶어서’는 25%, ‘분실·파손’은 14%로 나타났죠.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제품을 오래 사용하려면 ‘고쳐 쓰기’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막상 제조사에 수리를 요청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부품이 없다는 답을 받기 일쑤죠. 사설 수리센터에 맡길 수도 있지만, 이후에 문제가 생기면 제조사의 품질 관리를 받을 수 없다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유럽연합(EU)은 이런 기업들의 행태가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침해한다고 보고, 수리권을 보장하는 법을 지난해 3월부터 시행했습니다. 일정 기간 부품을 단종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사설 수리센터 수리를 허가한 겁니다. 유럽환경국은 유럽 내 모든 스마트폰의 수명을 1년 연장할 경우 2030년까지 매년 21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수리권 대상 품목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습니다. 국회 부의장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휴대폰 제조업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수리 부품이나 장비 공급·판매 등을 거절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디자인과 기술 혁신도 좋지만, 앞으로 기업들은 ‘수리 혁신’에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요? 환경과 소비자, 그 모두를 위해서 말이죠.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