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나온 보육원을 ‘아동학대’로 고소합니다”

서울 은평구 소재 보육원 퇴소자
과거 학대정황 문제제기하며 고소장 제출
‘장궤 자세’로 하루종일 기도시키기도
해당 보육원 “경찰 수사 협조 중”

시민단체 고아권익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동보호시설 앞에서 아동학대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소재 보육원을 퇴소한 박모(22)씨가 지난 14일 보육원 앞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자신이 다녔던 보육원에서 학대행위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화장실에 갇혀 밥을 먹거나 토한 음식을 다시 핥아 먹게하는 등 비인간적인 행위가 계속됐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보육원에서 자신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고도 했다.

그가 처음부터 법적 대응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박씨가 원한 건 자신을 학대한 교사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 하지만 끝내 사과를 받지 못한 박씨는 지난해 8월 경찰에 자신을 담당했던 교사 3명을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씨는 “사과를 받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인정을 하지 않고 회피하기만 했다. 사건이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박씨는 시민단체 고아권익연대의 도움을 받아 이날 보육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소장에 담긴 지독한 학대행위들
박씨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박씨가 당한 학대 행위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 보육교사는 박씨의 옷을 모두 벗게 한 뒤 샤워장에서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 가며 수십분씩 뿌렸다. 화장실에 하루종일 가둔 채로 밥을 먹고 잠을 자게 하거나, 10인분의 라면과 밥을 다 먹게 하고 구토를 하면 다시 바닥을 핥아먹도록 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보육교사가 다른 아이들을 이용해 폭행을 유도했다는 내용도 있다. 보육교사가 ‘처리하라’ ‘혼내라’는 식의 명령을 내리면 친구들에 의해 폭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아동들에게 박씨의 팔과 다리를 붙잡게 한 뒤 보육교사가 바지와 속옷을 벗겨 엉덩이를 나무 몽둥이로 200대 가까이 때렸다는 피해 진술도 있다.

보육원에는 ‘투명인간’ 제도도 있었다. 보육교사가 아동을 투명인간으로 지정하면, 한 달 동안 친구들과 대화가 금지되면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무릎을 꿇는 기본 기도 자세인 ‘장궤 자세’를 한 채 하루종일 기도를 시키며 괴롭혔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소인 박씨는 지난 2018년 보육원에 의해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씨는 “다른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 과정에서 저를 괴롭히던 친구가 방 안의 물건을 부쉈는데 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며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할지, 강제로 입원당할지를 선택하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의 정신병원 입원을 수상하게 여긴 학교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박씨는 병원에서 금방 퇴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보육원 “과거 위탁법인에서 발생한 일, 수사 협조 중”
해당 보육원은 “과거 위탁 법인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경찰 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재단은 지난 2020년 1월 서울시와 위탁 운영에 대한 약정을 체결했다. 앞서 운영했던 재단은 1975년부터 2019년까지 보육원을 위탁 운영했다.

하지만 위탁 법인이 바뀌더라도 대부분 고용이 승계된다. 이 때문에 박씨에게 고소를 당한 직원이 아직 해당 보육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육원 관계자는 “경찰 수사 시작과 함께 해당 교사를 보육 업무에서 배제하고 단순 사무 업무를 맡겼다”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인사 조치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심스러운 접근을 당부했다. 보육원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정확히 가리고, 문제가 있었다면 시정조치를 하는 게 맞다”면서도 “현재 생활하고 있는 아동들이 과거에 있었던 학대 의혹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어른들이 세심하게 접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고소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자 진술,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결론을 내릴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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