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QR 단말기 준다고요? 줄줄 새는 나랏돈

[코로나시대] 코로나 예산 대해부

QR 단말기 등 지원에 1000억원 지원
“불필요한 예산 지출 줄여야 하는데” 우려
보편 지급 재난지원금 투입 예산
감염병 격리시설 운영예산의 5015배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 지원 3대 패키지’에는 소상공인들에게 QR코드를 찍는 데 필요한 단말기 등의 방역 물품을 지원해주는 예산이 1000억원 포함됐다. 이미 단말기를 갖춘 소상공인은 사업체당 10만원 한도 내에서 손세정제나 마스크 등으로 대신 받을 수 있다. 국가가 방역 패스를 시행하면서 소상공인에게 QR코드 확인 등의 의무를 부여한 만큼 기본적인 물품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다수 소상공인은 “가게가 QR 단말기를 갖춘 게 언제인데 이제 와서 그걸 지원해주느냐”며 정부의 늑장 지원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지원 받는 입장에서는 ‘국가가 해주면 고맙지만’ 꼭 필요한 지원은 아닌 셈이다.

이런 ‘선심성 예산’은 그동안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써온 예산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선심성 예산의 대명사는 재난지원금이다. 여당은 올들어 또 다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16일 나라살림연구소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에 유입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한 예산이 55조8000억원에 달한다.

5차례 지급됐던 모든 재난지원금을 모두 선심성 예산이라고 치부할 순 없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 근로자 등에 필요했던 지원도 있다. 하지만 그런 성격으로 보기 어려운 ‘보편 지급’ 성격의 재난지원금을 정부가 2020년 5월과 지난해 8월 두 차례 뿌리는 동안 전체 재난지원금 예산의 56.6%인 31조6000억원의 돈이 날아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2020년 5월 전국 2171만 가구에 지급됐던 1차 재난지원금의 추가적인 소비증진 효과는 투입된 예산(14조3000억원)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코로나 예방접종에 들어가는 예산(3조2649억원)의 10배 가까이 되는 돈이 효과가 담보되지 않은 현금 지원으로 날아간 셈이다. 31조6000억원은 올해 신종감염병 국가격리시설 운영 예산(63억원)의 5015배 규모다. 정부 내에서도 “비록 적은 금액이더라도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줄여야 코로나 대응에 꼭 필요한 보건의료 분야의 지원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상공인 등에 대한 반복적인 현금 지원 역시 방역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지출 대비 효과 격인 ‘가성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소상공인 버팀목자금플러스, 소상공인희망회복자금 등 소상공인 대상 현금 지원은 매번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이름과 대상 등만 조정된 채 이어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상공인 대상 현금 지원도 받는 사람은 계속 받고, 못 받는 사람은 계속 못 받는 등 문제가 있다. 법에 규정된 손실보상을 제외하고는 방역지원금과 같은 현금지원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심희정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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