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사님, 주사 안 맞게 해 주세요” 헌재에 탄원 쇄도

학부모단체 ‘자발적 접종 동의’ 비판
부작용 설명 등 빠졌다는 의견서 제출
법원, 방역조치 보는 기류 달라져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에 문제제기를 하는 시민들이 “보호자의 접종 동의는 상세한 부작용 안내가 전제되지 않아 무효”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서면에 교육부의 접종 독려와 방역패스 시행으로 백신 접종의 강제성이 더 뚜렷해졌다는 취지의 주장도 함께 담았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백신을 강제로 맞지 않게 해 달라”고 쓴 탄원서도 꾸준히 제출하고 있다.

방역패스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따지는 법원 판단이 잇따르면서 법조계의 시선은 헌재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헌재는 비슷한 취지의 사건을 여러 건 심리하면서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가단체에 대한 사실 조회도 병행하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주장이 각하돼 왔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16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권고결정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한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 측은 헌재에 ‘자발적 접종 동의’를 문제 삼는 의견서를 냈다. 질병관리청이 청소년 백신 접종과 관련해 마련한 보호자 동의서와 교육부의 안내 과정에 상세한 부작용 설명 등이 빠져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을 대리하는 유승수 변호사는 “법적인 의미에서 동의라는 것은 충분한 설명이 전제돼야 하는데 청소년 접종 권고 과정에는 그런 내용이 부족하다”며 “특히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의사결정능력이 덜 갖춰져 있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효하지 않은 동의를 토대로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이뤄진다는 주장이다.

청구인들은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 움직임으로 인해 백신접종권고의 강제성이 더 심각해졌다는 취지의 주장도 헌재에 전달했다. 지난달 8일 헌재가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과 관련한 추가 의견이 있으면 밝히라”고 석명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다.

지난 2일 서울 한 학원가에 방역패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와 학생들도 꾸준히 헌재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고1이었던 딸에게 백신 접종을 시킨 어머니는 “학교에서 백신 접종을 하라는 안내를 듣고 망설이다가 동의서에 사인을 해줬는데, 아이가 백신을 맞고 어지러움과 두통을 호소하며 며칠간 잠만 잤다”며 “둘째가 올해부터 접종 대상자인데 어떻게 백신을 맞추겠느냐”고 적었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강제적인 백신 접종을 막아 달라는 편지를 헌재 앞으로 보내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방역대책과 관련해 국민의 납득과 동참을 구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방역패스와 관련해서도 (형평성, 차별성 등을 고려해) 내용을 합리적으로 정리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역대책과 기본권 사이 접점을 놓고 법리와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건 그동안에는 감지되지 않았던 일이다. 앞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헌재와 법원에서는 각하 판단이 주를 이뤄 왔다. 지난해 10월 청주지법은 고3에 대한 백신 접종의 집행정지 신청을, 같은 시기 서울행정법원은 12~17세 접종계획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각하한 바 있다. 반면 헌재는 최근 청구인에 추가 의견을 내라고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의협과 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사실 조회도 이어가는 중이다.

청구인들은 이달 들어 서울행정법원에서 방역패스에 대한 집행정지 일부 인용 판단이 연이어 나온 것이 헌재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법원에서 나온 두 번의 일부 인용 결정으로 미접종자들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판단이 어느 정도 굳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 7일 방역패스 관련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낸 시민 1700명은 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했던 지난 4일 행정법원 결정을 신청서에 인용하기도 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채명성 변호사는 “이미 법원에서 선제적으로 청소년 방역패스나 백화점, 마트에 대한 방역패스 집행정지를 인용한 만큼 (헌재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직 사법부 판단으로 드러나지 않은 백신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에 대해서 헌재가 판단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4일 법원 결정문에는 “청소년의 경우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이상반응, 백신 접종이 신체에 미칠 장기적 영향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표현이 짧게 등장한다. 장 교수는 “부작용이 어느 정도고, 접종하지 않았을 때 확산 위험이 얼마나 큰지 등에 대해 보건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14일 청소년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의 판단은 서울로 지역이 한정됐지만, 헌재의 결정은 전국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민 1700명이 효력정지를 신청한 심사대상에는 전국 지자체의 고시가 모두 포함됐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