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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8000만원 쓰고도… 고용부, ‘5인 미만 실태 결과’ 7개월째 모르쇠

“도 넘은 고용부 셀프 검증” 지적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회원이 2020년 7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최규현 기자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위탁해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도, 조사 결과의 타당성을 따져본다는 이유로 7개월째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다.

17일 고용부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등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 보고 자료를 보면 “실태조사 결과의 타당성·정합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추후 마무리되면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자료에는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는 일부 통계에서 확인·보완이 필요해 연구진과 원자료를 확인 중에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용부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6월 초까지 예산 8000만원을 들여 노동연구원에 실태조사 용역을 맡겼다. 직장 내 괴롭힘, 근로시간, 임금, 부당해고 등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의 전반적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조사가 끝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환경노동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가 7개월이 지나도록 공개되지 않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향후 결과가 공개되더라도 신뢰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실태조사는 실제 상태나 사정 등을 확인하는 절차로, 정책 방향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그간 고용부는 고용·노동 관련 실태 조사 후 1~2개월 이내에 결과를 공개해왔다. 그런데 7개월이 넘도록 5인 미만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의 타당성을 분석하는 건 정부 입장에서 유리한 내용인지를 ‘셀프 검증’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국내 전체 사업장의 60~70%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들 노동자의 근로 환경은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 6건이 계류 중이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가 법안 처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고용부가 일부러 최종 보고서를 은폐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 노동 전문 대학교수는 “실태조사 결과의 옳고 그름을 따져본다는 것은 정부 관점에 배치되는 내용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며 “실태조사의 취지대로 가감 없이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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