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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피격 공무원 아들 “문 대통령 편지, 면피용…반납한다”

북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이 탑승했던 무궁화 10호 선체 모습. 인천해경 제공

“이제 대통령께 기대하는 게 없습니다.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약속의 편지, 돌려드리겠습니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 이모군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 내용이다. 이씨 아들은 ‘직접 챙기겠다. 함께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 대통령의 편지를 반납한다.

이군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받은 편지를 반납한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20년 10월 이씨 유족에게 ‘위로를 보낸다’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군은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했다”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서해 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이군은 직접 작성한 편지에서 “대통령님의 ‘직접 챙기겠다, 항상 함께하겠다’는 편지 속 약속은 힘없는 가족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며 “하지만 대통령님의 편지는 아버지를 잃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거짓말이었다”고 적었다.

이군은 “억울함을 외치는 국민을 상대로 항소하는 행동이 그것을 증명한다”며 “왜 제 아버지 죽음에 대한 것들이 국가기밀이며, 대통령 기록물인가”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대통령께 기대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무책임하고 비겁했던 그 약속의 편지도 더는 필요가 없다. 돌려드리겠다”며 “기억조차 못하시겠지만 어떤 약속을 하셨는지 다시 한번 읽어보시고 제 분노를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지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리더라도, 제 싸움의 상대가 설령 대통령님일지라도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는 살아있다는 것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어 “거짓을 말한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란 삶의 진리를 믿고 꿋꿋이 걸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사망 이후 해경은 두 차례에 걸쳐 “이씨가 도박빚 때문에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씨 유족 측은 뚜렷한 증거가 없고 채무도 크지 않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씨 유족 측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해경을 상대로 북한군 피격 당시 보고받은 서류 등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해경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공개청구한 정보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 관련 정보가 담긴 국가안보 관련 기밀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장 등과 관련한 정보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결정되면 최장 15년간 자료 제출에 응할 의무가 없는 비공개 자료가 된다. 보호기간은 대통령 임기가 끝난 날부터 시작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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