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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보호해야” 인권위 권고에… “법적 근거 없어” 경찰 고심

인권위 “세계 최장기 집회 보호 무게”
경찰, 집시법 규정 따를 수밖에 없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친인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집회와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연대의 집회가 동시에 열려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종로경찰서장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방해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라”고 권고하면서 수요시위 대응 문제를 두고 경찰이 고심에 빠졌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먼저 신고된 집회를 경찰이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18일 “인권위 권고 내용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며 “원칙에 따라 신고된 집회에 대해 경찰이 ‘다른 시간과 장소로 변경하라’고 권유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문제를 제기한다면 난감해질 것”이라며 “오는 19일 수요시위 전까지 최대한 대처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지난 17일 수요시위에 대해 긴급구제조치를 결정했다. 또 경찰에 수요시위 반대집회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권유하고, 두 집회가 동시에 인접해서 이뤄져도 방해 행위에 대해 저지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5일 정의기억연대 등으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가 “반대집회 탓에 수요시위 진행에 방해를 받고 있지만 경찰이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인권위는 “보호받아야 할 두 개의 집회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뤄질 때 조정하는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세계 최장기 집회를 보호하는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로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은 시간과 장소가 중복된 집회의 경우 경찰이 장소를 나누고 평화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경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순위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가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가 벌어지면 집회 신고 순서에 따라 조치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1순위는 반대집회, 2순위가 수요시위”라고 말했다. 반대집회 측은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의혹이 불거졌던 2020년 5월부터 불침번을 서가며 수요시위가 이뤄지던 서울 종로구에 있는 소녀상 앞을 선점하고 있다. 때문에 수요시위는 소녀상 인근에서 진행된다.

반대집회에 대한 금지통고가 어려울 경우 수요시위에 대한 방해 행위를 저지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물리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매주 경찰 2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며 “집회 소음 기준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소음이 뒤섞여 있어 정확하게 측정해 해산의 근거로 삼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을 찾아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수요시위 관련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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