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숙련 외국인들이 ‘타설 속도전’…붕괴 직후 잠적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39층 타설 현장 8명 전원 외국인
상당수 작업 ‘초보’, 불법체류자 신분

구조당국이 붕괴 참사 8일째인 18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사고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공사 골조·타설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 상당수가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속도전’이 생명인 지상부 작업에 주로 외국인들이 투입됐는데, 공사비 감축을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이들이 주로 지상부 작업을 도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장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201동 지상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콘크리트 타설과 골조 작업은 단순 작업을 한 외국인이 대거 투입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9층 타설 현장에 있던 타설팀 노동자 8명 전원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3~4명을 제외하고는 현장 투입 경험이 적은 저숙련 노동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타설팀 인력을 관리하고 현장 타설 작업을 관리한 타설반장도 중국 국적이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지시대로 작업을 했다. 나는 잘못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직접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아닌 장비 임대 업체 소속이어서 경찰은 불법 재하도급 계약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골조 작업에 투입된 인력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청업체 소속 골조 작업 노동자 20여명 중 한국인은 1명뿐이었다. 대다수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해당 작업 경험이 많은 전문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화정아이파크 공사 초기 지하층을 타설한 김모씨는 “특히 타설은 다른 공정보다 외국인 미숙련공이 많고 늘 사람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지역 현장 관계자들은 저숙련 외국인이 대거 투입됐고, 자주 교체됐다는 점이 이번 사고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현장 관계자는 “미숙련자들을 투입해 ‘찍어내기식’ 공사를 하다 보니 사고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 지하층은 내부 구조가 복잡해 20∼30년의 경력을 가진 국내 기술공이 투입된다. 반면 지상 1층부터는 속도가 중요시 되면서 일당 3만~4만원이 더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를 주로 고용한다. 이마저도 작업자가 자주 교체됐다면 공정의 정확도는 더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송성주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사무국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절차에 따라 일을 배우기보다 현장에서 기술을 익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불법체류자도 많아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면서 국내 기술공보다 숙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고 직후 대부분 잠적했다. 이들은 실제 공정 속도 등을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이지만, 다수가 체류 자격 문제를 우려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 ‘201동 콘크리트 타설일지’를 보면 35층부터 PIT층(설비 등 배관이 지나는 곳)까지 5개 층이 6∼10일 만에 타설됐다.

경찰은 사라진 이들을 추적하거나 추가 조사를 하진 않을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건설 관계자는 “공기 단축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현장 노동자에 대한 조사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며 “불법 하도급 의혹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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