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말도 못 했는데” 17만 신라젠 주주 ‘눈물’

1년8개월 거래정지 신라젠 결국 상폐
상폐 확정되면 투자 피해자 양산 불가피
17만 소액주주 항의 잇달아
최종 상폐 여부 다음 달 결정될 듯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거래 재개 여부를 심사할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지 1년8개월 만에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신라젠의 소액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집단 움직임도 감지된다. 신라젠은 지난해 7월 엠투엔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아 두 차례 유상증자로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이를 계기로 주주들 사이에선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졌으나 결국 희망 고문이 됐다.

“상장시킨 건 거래소인데 왜 주주가 피해”

19일 신라젠 온라인 주주 모임 게시판과 주식 커뮤니티 등에는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주주로 추정되는 누리꾼은 포털사이트 온라인 종목토론 게시판에 “상장 전 횡령·배임으로 거래정지를 당해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문제없는 회사로 판단해 상장시킨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다른 주주도 “8000(만원) 날리게 생겼다. 청약 자금으로 산 건데, 아직 아내에게 말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게시판 캡처

시가총액이 1조2000억원 규모인 만큼 상폐가 확정되면 수많은 투자 피해자들의 양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17만4186명. 이들이 보유한 주식 비율은 전체의 92.60%에 달한다.

개인주주 비율상으로는 당시 전체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다. 이의신청, 코스닥시장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판결을 뒤집기 전엔 상폐 철회는 불가능하다.

소액주주 연대는 집단 움직임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성호 신라젠 소액주주 대표는 “거래소가 거래정지부터 상폐까지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며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신라젠 주식 거래 방해 혐의로 형사고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정치적인 판단 같다. 조만간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개인투자자로서 상장 이전에 발생한 혐의를 어떻게 인지할 수 있겠냐는 취지의 반발이 주를 이뤘다. 다른 소액주주 연대 관계자는 “신라젠은 상장 이전에 발생한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것”이라며 “상장 전 혐의는 신라젠의 현재 재무상태에 추가 손상을 가져오지 않았다. 상장 이후 감사의견 ‘적정’에도 이 같은 상폐 결정은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주식커뮤니티 회원도 “상장심사를 진행한 한국거래소를 믿고 회사에 투자한 것”이라며 “거래정지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린 것도 말이 되지 않는데 상폐는 무슨 날벼락인가. 소액주주 재산권을 침해하는 부당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DB

신라젠 상폐… 회사 측 “이의 신청할 것”

한국거래소는 전날 기심위를 열어 지난달 신라젠이 제출한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심사한 결과 상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장 폐지 공시가 뜨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무소 앞에서 온종일 시위를 펼치던 소액투자자들은 고개를 떨궜다.

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인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2020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 기심위는 같은 해 11월 1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신라젠은 지난해 7월 엠투엔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아 두 차례 유상증자로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자본금 확보와 지배구조 개편을 동시에 이뤄내며 파이프라인에 항암 바이러스 플랫폼을 추가하면서 다각적인 신약 개발을 추진했다. 회사 측은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신사업방안을 내부적으로 마련해 개선계획서를 지난해 12월 21일 제출했다. 거래소가 제시한 최대주주 교체, 자본금 확충, 영업 연속성 확보를 모두 이행하며 거래재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으나, 결과는 상폐였다.

거래소 기심위는 영업 측면에서 기업 존속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신라젠은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는데, 특례상장 기업은 6년 차부터 연간 매출 30억원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만약 매출이 30억원이 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신라젠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2억3400만원이다. 전년 동기(8억7200만원) 대비 73%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31억원, 83억원 규모로 이익실현은 요원한 상황이다.

최종 상폐 여부는 20일 이내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설 연휴와 연초 주요 일정 등을 고려하면 다음 달에 최종 상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전까지 소액주주들의 항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소액주주 연대는 이날도 거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거래 재개를 촉구하며 상폐 결정에 거세게 항의했다. 신라젠은 거래소 공시 이후 입장문을 발표해 “즉각 이의 신청하겠다”며 “향후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