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일월오봉도…실제 뒷면에 과거시험 답지가?

드라마에서 금등지사 숨겨졌던 ‘일월오봉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 처리 과정 중 과거 시험 답안지 시권 27장 발견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에서 나온 과거 답안 시험지.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금등지사’가 숨겨진 것으로 설정됐던 일월오봉도에서 실제 1840년 당시 과거시험 답안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존처리를 진행한 창덕궁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병풍 틀에서 여러 겹 포개어 붙어 있는 과거 시험 답안지인 시권(試券) 27장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창덕궁 일월오봉도 병풍.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일월오봉도는 조선시대 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하는 회화로 해와 달, 다섯 개 봉우리, 소나무, 파도치는 물결을 화폭에 담은 궁중 장식화다. 정전(正殿)은 중심건물을 뜻하며, 일월오봉도는 창덕궁 정전인 인정전 외에도 각 궁의 정전인 경복궁 근정전, 덕수궁 중화전에도 장식됐다.

인정전 어좌(임금이 앉는 자리) 뒤에 설치된 일월오봉도는 4폭 병풍으로 크기는 가로 436㎝, 세로 241㎝다. 1964년 이후 다섯 차례 보수했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2016년 전면 해제하고 지난해까지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화면이 일부 파손되거나 안료가 들뜨고 병풍 틀이 틀어졌다는 판단에서다.

조선시대 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하는 회화인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병풍 보존처리 과정에서 뒷면에 붙어 있던 184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이번에 발견된 시권 27장은 보존과정에서 발견됐다. 일월오봉도에서 나온 과거 시험 답안지는 탈락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 시대에는 과거에 합격한 경우에만 응시자에게만 시권을 돌려주고 불합격한 사람들의 시권은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윤선영 고려대 한자 한문연구소 연구교수는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보고서에 수록된 논고에서 시험 과목과 문제가 확인되는 시권 2장을 분석해 해당 시권이 1840년 시행된 식년감시초시(式年監試初試) 답안지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식년시’란 3년마다 치른 정기 시험이고, ‘감시초시’는 생원시와 진사시를 뜻한다.

윤 교수는 “시권의 글을 번역해 살펴본 결과 다섯 가지 유교 경전인 오경(五經) 가운데 한 구절을 골라 대략적인 뜻을 물은 과목과 사서(四書) 중 의심이 가는 구절에 대해 질문한 과목의 답안지였다”며 “시권 27장 중 25장이 동일한 시험의 답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식년시 응시자는 자비로 시지(과거 시험 종이)를 마련해야 했고, 권력 가문 자제들이 신분을 드러내기 위해 좋은 시지를 가져오는 폐습이 생기자 두꺼운 종이 지참을 금하도록 했다”며 “일월오봉도에 붙어 있던 1840년 즈음의 시권은 대부분 두껍지 않고 고급 품질 종이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왕의 존재와 권위를 상징하는 회화인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 병풍 보존처리 과정에서 뒷면에 붙어 있던 184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조선 왕실에서 과거 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국립고궁박물관 ‘안녕, 모란’ 특별관에서 전시된 전통 예복 ‘활옷’ 속에서도 1880년 과거 시험 답안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왕실에서조차 시권을 재활용했을 정도로 조선 후기 종이 물자가 매우 부족했던 듯하다”며 “시권을 수집해 재활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고려하면 인정전 일월오봉도 병풍은 1840년 이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노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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