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 월곡동 할머니가 7년째 폐지를 모으는 이유

성북구 월곡1동 거주하는 장선순 어르신
“굶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폐지 모아 기부

월곡1동에서 폐지를 모으는 장선순(81) 어르신이 지난해 12월 20일 월곡1동주민센터를 방문해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모습. 서울 성북구 제공. 연합뉴스

연말연시마다 성북구 월곡1동 주민센터 직원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드는 분이 있습니다. 폐지를 수집해 모은 돈으로 7년째 기부를 이어오신 장선순(81) 어르신의 사연입니다.

지난해 12월 20일 아침 장선순 어르신은 검은 봉지를 손에 꼭 쥐고 월곡1동 주민센터를 찾으셨습니다. 어르신이 건넨 봉투에는 손때가 묻은 천원권, 오천원권, 만원권 지폐와 동전들이 순서 없이 섞여 있었죠. 한 해 동안 모으신 102만9820원을 기부하시겠다며 올해도 주민센터를 찾으신 겁니다.

장선순 어르신은 2015년부터 매년 월곡1동 주민센터에 본인이 모으신 돈을 기부해 오셨습니다. ‘너무 적은 금액이라 미안하다’며 2015년 7만2970원을 기부하신 것을 시작으로, 연말연시면 어김없이 주민센터를 찾으셨지요. 어르신이 지금껏 기부한 금액은 280여만원에 달합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북구 월곡1동에 사시는 장선순 어르신은 매일 저녁 7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줍는 일을 하십니다. 원래 할머니는 폐지를 줍고, 할아버지는 지하철 택배 일을 하시며 생계를 꾸리던 노부부이셨습니다. 그러다 2018년 여름, 낮에 폐지를 줍다가 더위로 쓰러진 다음부터 장선순 어르신은 해가 진 뒤에만 일을 다니십니다. 할아버지는 건강이 편찮으셔서 지난해 가을부터 다른 지역에서 요양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하루에 폐지 20~30㎏을 모으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5000원 남짓. 이렇게 폐지를 주우며 버신 돈을 차곡차곡 모아 7년째 주민센터에 기부하시는 겁니다.

어르신께서는 어린 시절 배고픔이 주는 설움을 뼈저리게 겪으셨다며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이 굶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었으면 한다”고 주민센터에 전하셨습니다.

주민센터의 한 직원은 “장선순 어르신 댁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집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신 재활용품부터 눈에 들어오더라”며 “어르신께서 주민센터에 기부하러 방문하실 때마다 참 무거운 마음으로 기부금을 받는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또 어르신께서 아이들이 굶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기부하고 계신 만큼 어르신의 기탁금은 결손아동 등 필요한 곳에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몸이 성치 않으신데도 매일 저녁 폐지를 주우러 길을 나서는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집니다. 지난 연말에도 주민센터를 찾아 기부금을 전한 장선순 어르신에게 감동한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연말을 맞이했다고 하는데요. 배고픔에 서러운 아이들이 더는 없기를 바라는 어르신의 소망이 우리 사회에 오롯이 전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천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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