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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1년] F학점 대통령…“자초한 리더십 위기”


‘코로나19 확진·입원환자 사상 최대, 40년 만의 최대 인플레이션, 입법 의제 지연을 불러온 여권 인사의 반란, 보수화된 대법원의 백신 의무화 지침 기각, 내란 수준의 사회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 북한의 미사일 도발….’

취임 1주년을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일주일 동안 겪은 일들이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는 지난 15~16일 유권자 2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19일(현지시간) 발표했는데, 그의 임기 첫해 평가점수는 ‘C+’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년 차 때 받은 점수 ‘C-’를 겨우 앞서는 게 다행스러운 정도다.

응답자들의 37%가 F학점을 줬다. 이는 A학점(11%)이나 B학점(20%)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이어 C학점 18%, D학점 12% 순이었다. 점수를 평균 냈더니 중간 정도였지, 실상은 낙제점으로 여기는 국민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앨 고어 전 미국 대통령 수석 정책 고문을 맡았던 일레인 카마르크 하버드 케네디 스쿨 교수는 이날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체한 ‘바이든의 첫해’ 대담에서 “그의 대통령직이 희망에서 실망으로 바뀐 거 같다”고 말했다.

사라 바인더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양극화된 정치 현실의 한계를 꼽았다. 바인더 교수는 “지금 우리는 양극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공통의 이념적 ‘스위트 스폿’이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며 “법원도 매우 당파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바인더 교수는 “인플레이션이나, 코로나19, (노동력 부족을 일으킨) ‘대 사직’, (공급망 대란으로 인한) 물건 부족 등은 모두 어느 정도 바이든 대통령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자체가 녹록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이 그에게 면죄부를 주진 못한다. 클린턴 행정부 정책 차관보 출신인 윌리엄 갤스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입은 상처는 대부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갤스턴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취임한 날 이미 국회의 숫자와 공백을 잘 알고 있었다”며 “리더의 역할은 제약이 없는 척하는 게 아니라 제약 내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재건법안(BBB)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 애초 민주당 기반으로만 진행될 수 있다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주당 내부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을 의회 지도부에 일임하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고 설명했다.

일의 우선순위 전략 등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혼란을 초래하면서 리더십 타격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갤스턴 선임연구원은 ‘투표권 법안’, ‘이민개혁법안’ 등 의회에서 표류 중인 다른 법안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언급했다.

혼란을 자초한 또 다른 상징적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이었다. 카마르크 교수는 “그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말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능력에 대한 대중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경험 많은 지도자를 선출했다고 생각하는데, 아프간 철군이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리더십의) 변곡점이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관심사와 이반된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갤스턴 선임연구원은 “식료품점부터 주유소까지 떼를 지어 가격이 인상됐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했다가 이제야 문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눈에 보이는 문제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다. 심각한 실수였고, 시급하게 방향을 수정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존 후닥 공공관리센터 부국장은 “인프라법안을 통과시켰고, 아동 빈곤 세액 공제 방식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미국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몇 가지 실질적 성공을 거뒀다”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했는지 일반에 잘 전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후닥 부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탁월한 협상가로 내세우고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지금까지는 협상에 실패한 대통령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백악관이나 민주당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에서 비참할 정도로 실패”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의회에서 아무것도 통과시키지 못한 이유는 (법안에 반대하는 민주당 소속) 조 맨친·키어스틴 시네마 상원의원 때문이다. 공화당은 가만히 앉아서 이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혼란을 틈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리더십 재건 작업에 성공했다. 그가 공화당을 장악해 나가면서 올해 주요 입법 의제의 초당적 협력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높아졌다.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파적 갈등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라션 레이 메릴랜드대 교수는 “전공과목을 재수강해야 하는 C- 학점 대신, 개선할 여지가 있는 C학점을 주고 싶다. 74점 정도”라며 “민주당은 중간선거에 들어가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개혁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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