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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사우디서 ‘종전선언’ 언급 이틀 만에 북한 핵실험 시사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년여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검토를 시사하면서 청와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그러나 2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미국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지 이틀 만에, 그리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맞춰 북한이 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 조치 해제를 언급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 북한의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면서 이번 사안을 두고 한·미 간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오후에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례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발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 위기감도 감지된다. 북한이 새해 들어 네 차례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모두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탄도미사일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항이지만, ICBM 발사나 핵실험에 비해선 군사적 위협 수준이 훨씬 낮다.

청와대는 지난해 9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우려’나 ‘유감’만 표명해 왔다. 임기 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함에 따라 청와대의 스탠스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집트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에게 북한의 발표를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본격적인 남북 대화 재개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에 대화 테이블 복귀를 재차 요청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북한과 미국이 청와대의 대화 요구에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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