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광주 붕괴사고 3공 합작품…‘공법 변경·공정 단축·공사 중단’

내부 제보자, 지난해 학동 붕괴참사 이후 2개월여 화정아이파크 공사 멈춰


‘도중에 공법 바꾸고 예정한 공정에 쫓기고 학동 붕괴 여파로 공사중단까지....’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가 10일째로 접어들면서 ‘공법·공정·공사 중단’ 등 이른바 3공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콘크리트가 굳기 힘든 겨울철 공사 도중에 콘크리트 타설 공법이 변경되고 준공 일정에 쫓겨 공사를 강행한 탓에 붕괴 참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6월 학동 철거건물 붕괴 이후 화정아이파크 공사가 내부적으로 상당 기간 중단돼 부실공사를 부추긴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지난해 철거건물이 붕괴하는 순간부터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의 불행한 씨앗이 벌써 잉태되고 있던 셈이다.

20일 광주지역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201동의 경우 옥상인 39층 콘크리트 타설과정에서 애초 설계와는 다른 공법이 동원됐다. 1층~38층은 나무합판 거푸집을 설치하는 재래식 공법이 똑같이 적용됐으나 붕괴가 시작된 39층에서는 철근을 활용한 무지보 공법(데크 플레이트)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공정이 비교적 수월한 무지보 공법은 바닥에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아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콘크리트 하중이 한곳으로 쏠리는 단점이 있다. 시공사 HDC 현대산업개발(현산)은 신속한 옥상 공사를 위해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당초 설계와는 다른 이 공법으로 콘크리트 타설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현산이 공사비가 더 드는 무지보 공법으로 39층에서 공법을 이례적으로 변경한 실질적 경위와 배경을 규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용이 더 드는 공법으로 바꾸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공법을 도중에 바꿀 수는 있으나 반드시 전문가 검사를 거쳐 안정성을 확보한 뒤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직후 콘크리트 양생 기간이 충분했다는 현산 측의 해명과 달리 공정에 쫓겨 타설작업을 서둘렀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화정아이파크 감리업체의 2021년 4분기 감리보고서를 보면 붕괴사고가 난 201동 골조공사는 당초 지난해 11월 1층부터 시작해 12월 마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오후 사고 직전까지 39층 꼭대기 층에서 타설작업이 이뤄졌고 사망자 1명을 포함한 실종자 6명이 28~34층에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와 창호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외국인 근로자 8명은 영하의 날씨 속에서 사고 당일인 11일 오전 11시 40분부터 붕괴가 시작되기 몇 분 전까지 4시간여 동안 39층 바닥 타설작업을 벌였다.

사고 이후 현산 측은 공사 기간이 지연돼 공사를 서둘렀고 타설된 콘크리트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현산 측은 “예정된 공사 기간보다 공사 진행이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상황이라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할 필요가 없었다”며 “공사계획에 맞춰 공사가 진행됐고 주말에는 마감 공사 위주로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했다”고 내부적으로 공정에 쫓긴다는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타설 콘크리트가 충분한 양생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고가 난 201동 타설은 사고 발생일 기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며 “아래층인 38층은 사고일 기준 18일의 양생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현산은 또 “39층 바로 밑 PIT층 벽체 역시 12일간의 양생 후 지난 1월 11일 39층 바닥 슬래브 타설을 진행해 필요한 강도가 확보되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39층 콘크리트 타설 전 아래층에 거푸집 지지대인 동바리(서포트)를 설치하지 않은 점도 반드시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심지어 지난해 9명이 숨지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유발된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도 실제로는 현산 측이 2개월 정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내부자 제보도 이어졌다.

익명의 제보자는 “광주지역 간부들이 잇따라 경찰 수사를 받고 사법처리 되면서 회사 분위기가 몹시 어수선했고 7~8월 혹서기 자연재해대책기간이 겹치면서 학동과 화정아이파크 현장 공정이 한동안 거의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실토했다.

애초 현산은 착공 이후 1층부터 39층까지 쌓아 올리는데 1년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학동 붕괴참사 이후 2개월여 공사현장이 멈췄다면 불과 10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지난해 6월 9일 현산이 시공하던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는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현재까지도 현산 관계자 등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학동 철거건물 참사에 이어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그동안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브로커 4명 등 5명을 구속 송치하고 후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경찰은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HDC 현대산업개발, 정비사업 전문관리자(컨설팅·용역 업체 관계자) 등 업체 선정 계약 관련자 25명을 입건해 구체적인 혐의를 규명해왔다“며 “혐의가 무거운 이들에 대한 신병 처리를 마무리하던 참에 화정아이파크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