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에 7억 물려… 이혼당하면 어쩌죠”

“노후자금, 아이 교육비 위해 다 깨서 ‘몰빵’”
‘기술특례상장’ 한국거래소에 화살 돌리기도
“상장 전에 발생한 횡령·배임으로 거래정지”

국민일보DB

시가총액 1조2000억원대 신라젠의 상장폐지가 결정되자 소액주주들의 자조 섞인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상폐가 확정돼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하면 17만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은 금전적 손실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평균매입단가가 10만원이 넘어 손실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투자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에 7억원을 투자했다고 소개한 A씨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대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20년간 모은 돈이다. 노후자금, 아이 교육비 등을 조금 더 만들기 위해 적금이고 펀드고 다 깨서 이 회사에 ‘몰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들한테 아직 얘기를 못 한 상태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며 “(신라젠 문제로) 가정불화도, 부부싸움도 잦고 이혼하신 분도, 심지어 자살까지 한 분도 계시다고 들었다”며 “저도 그런 상황이다. 지금 혼자서 감수하고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멘털이 나간 상태”라며 “주주들은 거래정지 기간 거래 재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상폐가 결정돼) 너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11월에 1년간 개선 기간을 부여받으면서 거래에 대해서 요구한 조건들이 있었다”며 “그래서 엠투엔이라는 회사에서 1000억원이라는 자본이 들어왔고, 최대주주 변경도 마쳤고 지분도 20% 이상 들어왔다. 그런데도 거래소가 상폐를 결정해 주주들은 이해할 수도 없고 화가 많이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라젠이 거래소가 제시한 최대주주 교체, 자본금 확충, 영업 연속성 확보를 모두 이행한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A씨는 거래소가 거래정지부터 상폐까지 자의적으로 결정했다는 취지의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거래소가 2016년 12월 기술특례 상장기업으로 상장을 시켰다. AA등급을 주면서 상장시켰고, 거래소의 전문기관들도 최고의 평가를 했다”며 “이 회사는 미래의 비전에 대해서 임상이나 신약, 이런 미래성, 기업의 기술력, 이런 걸 인정해 줬기 때문에 저도 이 회사를 믿고, 거래소를 믿고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정지된 이유가 전 경영진의 횡령, 배임 사건”이라며 “거래소가 생계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처음 거래정지를 시켰는데, 여기서 제일 큰 문제는 경영진의 횡령배임은 상장 전에 일어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투자자로서 상장 이전에 발생한 혐의를 어떻게 인지할 수 있겠느냐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지금 (신라젠) 개인투자자가 17만명이다. 가족까지 합치면 50~60만명이 될 것”이라며 “상장 전에 일어났던 건 알 수 없다. 거래소가 AA라는 등급을 주면서 상장을 시켰다. 개인투자자는 그것을 믿고 투자했는데 상폐는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18일 오후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A씨는 “정말 힘들다. 18일 상폐가 결정된 후 많은 주주분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견딜 수가 없으니까 잠도 못 주무시고 밤을 새우시는 분도 많이 계시다”며 “저도 혼자 있으면 정말 힘들고 견딜 수가 없는데 그런 분들하고 또 같이 통화하고 얘기하다 보면 마음도 아프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정지 기간이 20개월째다. 한마디로 ‘몰빵’하신 분들이 되게 많고 그분들 삶이 피폐해졌다. 열심히 사시던 분들도 힘들어서 배달하는 분들도 계시고 아르바이트하는 분도 계시고 매우 많다”고 전했다.

그는 “노후자금, 퇴직금 전부 다 투자하신 분들이 되게 많다. 그분들은 앞으로 사는 게 문제인 것”이라며 “저도 5년 가까이 투자를 했지만 오래 투자하신 분들은 평단(평균매입단가)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신라젠이라는 회사가 15만원이라는 주가까지 갔던 회사다. 평단이 8만원, 9만원, 10만원 이상인 분도 되게 많다”며 “거래정지된 주가가 1만2100원인데, 재개시켜도 팔 수가 없는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만약에 안 좋은 결과 나온다면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형사고발할 계획”이라며 “17만명이 거래소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신라젠은 간암 치료제 ‘펙사벡’이 주목받으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다. 파죽지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펙사벡이 임상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적발되며 2020년 5월 거래가 정지됐다.

신라젠의 최종 상폐 여부는 20일 이내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설 연휴와 연초 주요 일정 등을 고려하면 다음 달에 최종 상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