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효과 상당 부분 입증” 유시민 발언 재조명

상장 전 펙사벡 기술설명회 참석해 축사
“대한민국 기업의 글로벌 임상, 놀라운 일”
이철 전 최대주주와 노사모 인연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화면 캡처

시가총액 1조2000억원대 신라젠의 상장폐지가 결정되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2015년 신라젠의 ‘펙사벡’ 기술설명회에서 축사하는 등 상장 전 신라젠 주요 주주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일 온라인 주주모임 게시판과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신라젠의 상장 폐지와 함께 유 전 이사장의 이름도 언급되고 있다. 신라젠 최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여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중 하나로 유 전 이사장이 지목된 것이다. 친여권 성향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활동한 바 있다.

이 전 대표의 VIK는 2014년 9월 26일부터 2015년 12월 30일까지 신라젠 지분 14%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이 전 대표는 유사 수신 행위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결과 2019년 9월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유 전 이사장은 신라젠이 상장되기 전인 2015년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열린 신라젠 기술설명회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시 그는 “대한민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을 직접 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서 글로벌 3상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으로 볼 때 효과가 상당 부분 이미 입증됐다는 증거”라고 말했었다.

유 전 이사장의 말대로 신라젠은 2015년 FDA으로부터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허가를 받아냈다. 이후 미국, 중국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간암 환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국내 바이오·제약 회사 중 면역항암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하는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2016년 12월엔 이를 발판삼아 기술특례 절차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데뷔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가 미국에서 시행 중인 펙사벡의 임상 3상의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 당시 중간평가에서 기대치 않은 결과가 나오며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허가기관인 FDA와는 독립된 기구라 할지라도 DMC의 중단 권고는 사실상 3상 임상의 ‘실패’로 받아들여 진다는 게 바이오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 전 이사장이 신라젠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유 전 이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라젠 연루설을 적극 부인했다. 그는 “민참여당 지역위원장이었던 분이 요청해서 뜻 있는 행사라고 생각해, 거절하지 못하고 덕담하고 돌아온 게 전부”라며 “무슨 의혹인지 몰라도 그런 게 있으면 박근혜 정부 검찰이나 윤석열 사단이 나를 그냥 놔뒀겠느냐”고 했다. 지인 권유로 기술설명회 행사에 참석해 축서했을 뿐 신라젠과는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으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의 거래 재개 여부를 심사할 기업심사위원회가 열린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주연합 회원들이 거래재개를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악재는 잇달아 터졌다. 당시 신라젠 최대주주와 친인척이 급락 직전 거액의 지분을 매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 전 이사장도 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 정보 주식 거래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검찰을 겨냥해 “아무리 파도 안 나온다. 지금도 파고 있다면 포기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라젠은 2020년 5월 전직 임원 두 명이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되며 주권 매매가 정지됐다. 이후 문은상 전 대표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무자본으로 신라젠 지분을 인수하면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고,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졌다.

한국거래소는 18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신라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라젠의 최종 상장 폐지 여부는 앞으로 2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확정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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