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매달려 끌려간 강아지 두 마리, 사실은…

경찰, 견주 집까지 찾아가 수사
“견주가 강아지 4마리 엄청 아껴”
“강아지 뛰어내린 것 모르고 출발”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8일 온라인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영상이 있습니다. 광주 북구 문흥동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 강아지 2마리가 주행 중인 트럭에 매달려 끌려가는 영상입니다. 대기하던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내자 목줄을 찬 강아지들은 속도에 못 이겨 넘어지기도 하고 도로 바닥에 이리저리 쓸리기도 하면서 질질 끌려갑니다.

해당 영상에 누리꾼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누리꾼들은 ‘견주도 똑같이 차에 매달라’ ‘사람이 아니라 악마다’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선 안 된다’며 분노에 찬 반응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민일보 취재 결과 견주는 동물학대범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본인이 기르는 4마리의 강아지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 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영상 속 상황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경찰, 견주 집까지 찾아가 확인했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국민신문고에 접수돼 수사에 나섰다. 모든 CCTV 영상을 확보해 확인해 본 결과 견주는 강아지를 엄청나게 아끼는 분이고 학대 혐의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후 자세한 경위는 견주를 상대로 더 자세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영상 속 상황은 사실 이렇습니다. 견주 A씨는 운전 중 커피를 구매하기 위해 한 커피전문점 앞에 잠시 트럭을 주차했습니다. 차가 멈추자 트럭 위에 있던 강아지 4마리 중 2마리가 땅으로 폴짝 뛰어내렸습니다. 당시 강아지 4마리는 모두 목줄을 차고 있었습니다.

다시 트럭으로 돌아온 A씨는 강아지 2마리가 뛰어내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운전했지만, 100m 정도 주행한 뒤 강아지 2마리가 끌려오고 있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A씨는 강아지 2마리를 다시 트럭 위로 올린 후 출발했고 강아지들이 상처를 입은 부위는 없었습니다.

경찰은 학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A씨의 집까지 찾아갔습니다. 경찰이 확인해본 결과 A씨는 주거지 내 강아지 4마리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뒀으며 강아지들을 애지중지하는 견주였습니다. A씨는 본인이 집에 없을 때 강아지들이 집에 방치되는 것이 불안했고, 일부러 근무 중에도 반려견과 함께 이동하기 위해 트럭에 강아지들을 태웠던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권 단체 “이런 사례 혐의 인정 어려워”

영상 속 상황은 아찔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A씨 강아지들이 학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은 참 다행입니다. 하지만 동물권 단체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표합니다. 이렇게 동물 학대와 관련된 제보 영상을 받고 경찰에 고발해도 대부분 ‘혐의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다고 합니다.

동물권 단체 ‘카라’ 관계자는 “최근에 비슷한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우리가 제보받은 영상을 보니 스포츠형 SUV 뒤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에 강아지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게다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이었다”며 “제보 영상을 근거로 지난해 경찰에 고발했는데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사례는 수사 과정이나 결과가 다 비슷하다. 고의가 아니라거나 잘 몰랐다고 하는 경우, 강아지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경우 수사가 그대로 종결된다”며 “강아지가 완전히 피투성이 됐다거나 사망하면 동물 학대로 보지만 그마저도 벌금형 정도가 나온다. 강아지가 다쳤다고 하더라도 며칠이 지나면 상해가 감춰지기 때문에 경찰이 강아지의 상태를 전문적으로 살필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의 사례는 명백한 동물 학대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동물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많은 누리꾼이 함께 분노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A씨도 다소 억울했던 부분을 밝힐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영상 제보가 우리 주변의 동물들을 더욱 안전하게 지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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