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거울, 내열유리, 와인잔…유리인 ‘척’ 하는 제품들 [에코노트]

유리라고 다 같은 유리가 아니다? 분리배출 팁

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100년이 넘게 걸린다는 이야기, 이젠 익숙하시죠. 그럼 친환경 소재로 알려진 유리는 흙으로 돌아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무려 100만년이라고 합니다. 플라스틱보다 1만배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되는 거죠.

유리는 세척해 재사용하기 쉽고, 녹여서 새로운 유리를 만드는 과정도 무한하게 반복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할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플라스틱과는 다르죠. 하지만 버려진 이후에 재사용·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유리 역시 땅에 묻어야 하는 쓰레기일 뿐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유리 제품 중에서 유리가 아닌데 착각하는 제품은 무엇일까요? 유리는 맞지만 재활용되지 않는 제품도 있을까요? [에코노트]가 정리해드립니다.

거울은 ‘유리병류’ 아닙니다… 사기 그릇·도자기도 유리 X
게티이미지뱅크

‘유리로 배출해야 하나’ 자주 헷갈리는 품목 중 하나가 거울입니다. 거울은 재활용이 불가능해서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데, 양이 많거나 크기가 클 경우 마대로 제작된 ‘특수규격 쓰레기봉투’가 필요합니다.

특수규격 쓰레기봉투는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불연성 폐기물)를 버릴 때 사용하는데요. 지자체마다 규격과 가격이 다르고 판매하는 곳이 한정돼있습니다. 지자체 홈페이지나 주민센터 등에서 판매처와 가격을 미리 확인해주세요. 전신거울이나 벽면에 붙이는 거울처럼 봉투에 담을 수 없는 크기라면 대형폐기물로 신고한 뒤 처리해야 합니다.


사기그릇도 어딘가 유리와 비슷해 보이셨나요? 흙을 고온에서 구운 사기그릇, 도자기로 된 화분이나 항아리는 모두 일반 쓰레기입니다. 거울처럼 종량제 봉투 혹은 특수규격 마대에 버려주세요.

이런 그릇류는 깨지지 않는 이상 오래오래 쓸 수 있습니다. 버리기 전에 기부할 수 있는 곳을 먼저 찾아보세요. 여러 비영리단체에서 유리나 플라스틱, 사기로 된 그릇을 기부받고 있습니다. 중고거래를 하거나 주위에 나눔을 하는 것도 좋겠죠.

내열 용기·뚜껑 재활용 안 돼요… 크리스털 와인잔도 일반 쓰레기
게티이미지뱅크

겉보기에 투명한 유리도 사실은 여러 재질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유리’라고 알고 있는 것은 소다석회유리입니다. 창문에 쓰는 투명한 유리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괜찮다고 홍보하는 내열(耐熱) 유리는 어떨까요. 식기나 냄비 뚜껑 등에 쓰이는 내열 유리는 일반 유리와 다른 재질입니다. 녹는점이 훨씬 높아서 일반 유리를 녹이는 용해로에 넣어도 녹지 않죠.

그렇다고 내열 유리만 따로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결국 내열 유리로 된 식기나 뚜껑 등도 유리병류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합니다. (강화 유리는 내열 유리와 다릅니다. 강화 유리는 ‘유리병류’로 분리배출!)

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털 유리도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와인잔처럼 컵으로 된 제품들이 많습니다. 이런 크리스털 유리도 재활용되지 않습니다.

크리스털 제품은 순수한 유리가 아니라 산화납 등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유리와 무게가 다르고, 두드렸을 때 소리도 다릅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일반 유리인지 아닌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겠지요. 그러니 구입단계부터 ‘크리스털’이라는 용어가 붙었는지 잘 확인해야 합니다. 내열 유리도 크리스털 유리도 모두 불연성 폐기물이니 소량은 종량제 봉투, 양이 많으면 특수규격 봉투에 버려주세요.

참고로 전구나 유독성 물질이 담겨있던 병도 ‘유리병류’로 버리면 안 됩니다. 깨진 유리를 버릴 때는 수거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신문지 등에 잘 싸서 배출하는 것도 잊지 말아 주세요.

유리병 뚜껑, 닫아서 버려야 한다?… ‘파손 방지’
게티이미지뱅크

폐유리병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세 가지 색으로 분류됩니다. 백색(투명), 초록색, 갈색이죠. 초록색병은 여러 공정을 거쳐 소주병이 되고, 갈색병은 맥주병이 됩니다. 소주와 맥주가 워낙 잘 팔리다 보니 재활용 체계도 이런 시장 구조에 맞춰서 자리를 잡은 겁니다.

분류한 유리병은 모두 파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형태 그대로 세척해 재사용합니다. 소주병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소주병 같은 음료수 뚜껑은 가급적 닫아서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병 입구 쪽이 깨지는 걸 막을 수 있거든요.

소주병은 맥주병처럼 빈병을 도·소매점에 반환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빈병 보증금’ 대상이기도 합니다. 2019년 기준 보증금이 걸린 빈병 회수율은 98%입니다. 반면 같은 해 유리병 재활용률은 64%에 그쳤습니다.

유리 재활용 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화장품 용기라고 합니다. 크기와 재질, 색깔이 제각각이라 ‘유리’라고 표기돼있어도 대부분 선별장에서 탈락해 쓰레기로 처리되죠. 최근 몇 년 새 수요가 급증한 와인병도 같은 이유로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되는 게 현실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류업계의 경우 회수된 병의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2009년 소주·맥주병의 색깔을 통일하고 소주병 크기도 표준 규격에 맞춰 생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생산단계부터 규격을 정하고, 보증금을 걸어 회수율을 높이고, 모인 자원을 다시 쓰는 ‘자원 선순환’을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고 있었던 겁니다.

반복해서 계속 쓰고, 새롭게 만들어 다시 쓰는 유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이 지속가능성을 땅속에 묻어버리는 순간 ‘친환경 소재’라는 말은 무색해지고 맙니다. 유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빈병 순환’ 체계에 답이 있지는 않을까요? 때로 정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요.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