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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것도 구조한 것도 사람…누더기개 구한 어느 마을 [개st하우스]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해 8월쯤, 삽살개처럼 긴 털이 온몸을 뒤덮은 누더기개가 동네에서 발견됐어요. 오랜 유기 생활로 사람을 두려워하고 있어 안쓰러웠죠. 지역 중고거래 앱에 제보 글을 올려보니 이미 녀석을 누더기, 털 뭉치라고 부르면서 밥을 챙겨주는 주민이 수십 명이나 되더라고요.”
-경기도 시흥, 제보자 박현호(28)씨

떠돌이개를 보면 누구나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일단 포획부터 고난의 연속입니다. 때로 하루 20㎞ 넘게 움직이는 유기견의 동선을 분석해 길게는 몇 개월 동안 포획을 시도해야 간신히 성공합니다. 구조한 다음에는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죠. 구조부터 임시보호, 입양까지 수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유기견을 보면 공공 유기동물 보호소에 구조를 요청한 뒤 관심을 끊고는 합니다.

하지만 경기도 시흥의 주민 현호씨와 이웃 50여명은 동네를 떠돌던 누더기 개 모아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온 주민이 힘을 모아 모아를 구조하고 임시보호하고 치료까지 했습니다. 모두가 조금씩 힘을 보태 해낸 일이었습니다. 현호씨는 “유기견이 딱하다는 게시글만 올라오며 지지부진하던 와중에 ‘함께 구조에 나설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수북한 털이 목숨을 위협할 지경…위태롭던 누더기개

동네에서 누더기개가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해 8월. 어쩌다 낯선 동네에 버려졌는지 사연은 알 수 없었지만 녀석의 눈과 입, 생식기에는 10㎝ 넘게 자란 털이 수북하게 뒤덮여 있었습니다. 간단한 위생 미용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보아 1년 이상 방치된 것 같았죠. 녀석은 눈이 잘 보이지 않는지 위험한 차도를 비틀비틀 넘나들며 버려진 음식을 찾아다녔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 시흥 인근을 떠돌던 누더기개 모아의 모습. 경계심이 강한 모아가 구조 트라우마를 갖지 않도록 마을 주민들은 전문 구조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보자 제공

제보자 현호씨는 “누가 봐도 버려진 지 오래된 개였다”면서 “출퇴근길에 여러 번 마주쳤지만 몇 m씩 거리를 두며 도망가는 등 사람을 두려워했다”고 전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료와 물을 챙겨 누더기개에게 건네면 녀석은 거리를 두다가 현호씨가 물러난 뒤에야 허겁지겁 배를 채웠답니다. 이미 유기견을 입양해 기르고 있는 현호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녀석을 어렵게 구조를 한다고 해도 추가 입양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개들은 오염된 털을 방치하면 피부병이나 결막염으로 인한 실명 등에 노출돼 생존을 위협받습니다. 구조가 시급한 상황. 제보자는 주민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동네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녀석의 사연을 제보했습니다. 그러자 50개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주민들은 “저 강아지 본 적 있다. 경계심이 심하더라” “밥을 준 적 있다” “구조된다면 병원비와 미용비를 후원하고 싶다”며 호응했습니다.

“누더기개 구조, 도와주세요” 하루만에 100만원 모금한 주민들

실제 구조가 이뤄지려면 구조단체와 임시보호자(임보자)를 섭외하고 모금을 독려하는 등 책임자가 있어야 합니다. 관련 비용만 100만원 이상 필요한 상황. 현호씨는 모자란 액수는 자비로 부담할 각오로 급히 모금을 진행했죠. 그런데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단 하루 만에 목표금액 100만원을 훌쩍 넘긴 겁니다.

10만원을 후원한 노인, 5000원을 내는 중학생 등 후원자는 50명이 넘었답니다. 제보자는 “‘모’두가 힘을 모아 구조한 ‘아’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모아라고 지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합니다.

경계심 강한 모아의 포획에는 동물 구조단체 리버스가 나섰습니다. 모아는 이미 시보호소의 포획 시도를 수차례 벗어난 경험이 있는 만큼 리버스는 구조 준비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포획 장비임을 눈치채기 어렵도록 3평 규모의 대형 포획망을 설치하고, 장비와 비슷한 재질의 구조물이 많은 장소를 미리 골라 2개월간 사료를 주며 모아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렸습니다.

"오늘은 꼭 구해줄게" 지난해 11월 20일, 동물구조단체 리버스가 떠돌이개 모아를 구조하는 장면. 2개월간 사료를 주며 구조장소에 정착시킨 덕분에 하루 만에 구조에 성공했다. 동물구조단체 리버스 제공

지난해 11월, 마침내 모아가 구조됐습니다. 첫 10분간은 포획망 주변을 빙빙 돌던 녀석. 포획망 입구부터 유인하듯 흩뿌린 먹이를 따라서 결국 포획망 한복판으로 들어갔죠. “지금이다! 철컹!” 구조대가 원격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포획망의 철문이 닫혔습니다. 3개월 넘도록 동네를 떠돌던 털뭉치개가 마침내 구조되는 순간입니다.

마침내 벗은 1㎏ 털갑옷…모아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그동안 얼마나 갑갑했니. 구조 즉시 모아는 위생미용을 받았습니다. 애견호텔을 운영하는 주민 이경숙(33)씨가 직접 삭발을 해주었습니다. 경숙씨는 “두 명의 미용사가 털을 모두 미는데 4시간이 걸렸다. 그 무게만 1㎏이 넘더라”고 말했습니다. 클리퍼로 털갑옷을 밀어내니 모아의 깡마른 몸이 드러났습니다. 덩치가 커 보였던 녀석, 실은 오랜 유기생활로 갈비뼈가 선명할 만큼 야윈 상태더군요. 구조 당시 체중은 9㎏에 불과해 수의사로부터 3㎏ 이상 더 살을 찌워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1kg의 누더기털 속에 숨어있던 모아의 야윈 몸. 구조된 유기견들은 치료 목적의 위생 미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제보자 제공

모아가 구조된 지 2개월이 지났어요. 지난 19일, 취재진은 경기도 시흥의 한 애견호텔에서 임시보호 중인 모아를 만났습니다. 모아는 무척 얌전한 성격이더군요. 기자가 간식을 내밀자 조심스럽게 받아먹고, 쓰다듬는 손길을 즐겼습니다. 애견호텔을 운영하는 경숙씨는 “지금도 마을주민 50명이 모아의 돌봄비용을 후원해주신다”며 “모아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동네 스타”라고 소개했습니다.

"저도 가족을 만나고 싶어요~" 모아는 경기도 시흥의 애견호텔에서 위탁 보호 중이다. 체중이 2kg가량 늘었고, 사람과의 친화력도 금세 길렀다.

이날 취재에는 유기견 재활교육 전문가 나비쌤이 동행했습니다. 모아는 얼굴, 배, 생식기 등 예민한 부위를 건드려도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나비쌤이 건네는 간식에 집중도를 보이는 등 반려견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죠.

다만 산책줄을 착용하면 굳어버리는 등 아직 산책교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나비쌤은 ▲당기면 벗겨지는 하네스 대신 목줄로 교육을 시작할 것 ▲산책줄을 곧장 착용하지 말고 몸을 쓸어주며 천천히 적응 돕기 등 노하우를 임보자에게 전했습니다. 이를 반복 학습한다면 산책줄에 적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답니다.

털갑옷을 벗고 사랑받을 준비를 마친 모아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털갑옷 속에 숨어 있던 순둥이, 모아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이름: 모아 / 3살 / 수컷(중성화 예정)
-소심하지만 간식을 좋아함
-다른 동물과의 사회성 우수, 공격성 없음
-심장사상충 경감염 (치료약 주사 완료, 내복약 2달치 복용 중)

모아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90번째 견공입니다. (70마리 입양 완료, 입양률 78%)
모아의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1년치 맞춤형 사료를 후원합니다. (입양신청서 링크: https://url.kr/jfizd5)



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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