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 더 외로워진 중년 여성들

‘외로움뿌리프로젝트’ 팬데믹 초기 1043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그동안 외로움에 대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해 온 '외로움뿌리프로젝트'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 사람들의 외로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외로움뿌리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쳐

코로나19가 중년 여성들, 특히 엄마들을 깊은 외로움으로 내몰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 ‘외로움뿌리프로젝트’(the roots of loneliness project)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팬데믹 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고, 특히 엄마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증가했다.

그동안 외로움에 대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해 온 외로움뿌리프로젝트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외로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팬데믹 초기 10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설문 참여 여성의 60.6%가 코로나 이전에 비해 외로움을 훨씬 더 느낀다고 했다. 이들 중엔 41~57세(X세대) 사이 여성들이 많았다.

해당 설문 결과를 인용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녀를 포함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여성들도 사회적 고립을 느낀다고 답했다”며 “세대별, 가구별 분류에서도 가족과 함께 사는 X세대 여성, 즉 엄마의 외로움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WSJ은 코로나19 이미 높았던 엄마들의 정신적 부담을 크게 가중시켰고 결국 지치게 했다고 분석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여성은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해 답답하고 우울하다”며 “점점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선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매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가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더 많이 보고 있지만 우리의 하루는 거의 매일 똑같고 더 할 것이 없기 때문에 할 이야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데브 파브리치오(55)는 갓 태어난 손녀를 위해 스스로 외부 활동을 삼갔다. 혹시나 손녀가 감염될까봐 친구들의 전화도 피했다. 친구들은 그녀의 거절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젠 더 이상 그에게 연락하지 않는다.

파브리치오를 비롯해 이들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창구는 소셜 미디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셜 미디어가 일정 부분 다른 이와의 소통을 이어줬지만 오히려 이것이 외로움의 감정을 표면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은퇴자협회재단(AARP)이 45세 이상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년 및 노년층은 소셜 미디어 사용이 증가할수록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

비슷한 내용의 일본 도호쿠 대학 연구도 있다. 두뇌 훈련으로 유명한 도호쿠 대학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계속된 온라인 소통은 사람들과 얽히지만 외로워지는 모순이 생기게 한다”며 “이 경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소통이 깊어지지 않고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가와시마 교수는 도호쿠 대학 학생들 5명을 대면, 비대면으로 대화를 나누게 한 뒤 두뇌 활동을 비교했다. 그 결과 대면할 때 나타나는 뇌 반응의 동기화가 비대면 때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비대면 대화 때 뇌 반응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뇌 반응과 똑같았다.

2명의 자녀를 둔 앤디 마틴(52)은 “코로나19 락다운 기간 동안 소셜 미디어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 친척들과 많이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그러나 이 대화가 피상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들이 하는 일을 알고 싶지만, 내 외로움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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