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동물학대 논란 KBS ‘태종 이방원’…폐지 국민청원 6만명

다음주까지 결방
동물보호단체 등 “촬영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가 21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촬영 중 강제로 쓰러뜨린 말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제작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동물을 촬영할 때 현장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드라마는 낙마 장면 촬영 현장에서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쓰러트리는 영상이 지난 20일 공개된 이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촬영 당시 부상을 입고 일주일 뒤 사망한 말은 ‘까미’라는 이름의 퇴역한 경주마로 알려졌다.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KBS는 22일과 23일 방송 예정이었던 드라마 13·14회에 이어 29일과 30일 방송도 결방된다고 밝혔다. 문제의 장면이 담긴 7회는 KBS 홈페이지를 포함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에서 스트리밍이 중단된 상태다.

동물권 보호단체 등의 항의에 KBS는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다.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작진은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방영 중지와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23일 오후까지 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유명 연예인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배우 유연석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낙마 촬영 현장 사진을 게시하고 “더 이상 돈과 시간에 쫓겨 동물들이 희생당하는 촬영현장은 없어야 한다”며 “액션 배우의 안전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자신의 SNS에 ‘태종 이방원 학대당한 말 결국 사망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수미는 “동물의 방송 출연시 미디어방침(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져 모든 방송출연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동물이 착취당하고 죽음에까지 이르는 일은 법으로도 강력히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촬영방식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 설정과 함께 위험한 촬영 대신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지만 예산 문제로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가 2020년 영화·방송계 관계자 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동물 출연 대신 CG를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8%가 ‘없다’고 답했다.

전진경 카라 대표는 “‘태종 이방원’을 포함해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에서 많은 동물이 소품으로 쓰이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모든 방송제작에 적용돼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 제작에서 참담한 동물학대가 근절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