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바이든 보니 답답했나… 우크라 사태 전면 나선 ‘유럽 3강’ 영·프·독


유럽 3강인 영국 프랑스 독일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주도권 경쟁에 나섰다. 미국의 대응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헛돌자 각자 러시아를 직접 상대하며 유럽 내 종주국 위상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캐런 피어스 미국 주재 영국대사는 인터뷰에서 “영국은 유럽연합(EU)에 속해 있든 밖에 있든 러시아의 나쁜 행동을 막아낼 것”이라며 “러시아가 관심을 갖는 곳이라면 영국은 항상 그 영역의 최전방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영국 외무부는 공식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현지 정치인을 포섭해 친러정권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친러 성향 정당 소속으로 2019년 대선에도 출마했던 예브게니 무라예브 전 의원이 잠재적 지도자로 고려됐다고 지목했다.

영국 당국자들은 이번 기밀정보 공개가 러시아의 잠재적 음모를 저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계산된 행동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신문은 “쿠데타 가능성에 관한 발표조차 다음날 아침 신문 헤드라인과 뉴스 쇼 방송시간에 잡힐 수 있도록 이뤄졌다”며 “영국은 미국과 달리 이런 방식으로 기밀정보를 공개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영국은 엄포를 놓는 데 그치지 않고 다각도로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을 강행할 경우 제재하는 법안을 준비하면서 러시아에 위협받는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도 고위급 관료를 파견했다.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은 몇 주 안으로 러시아 측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그들(영국)은 윈스턴 처질이 제2차 세계대전 후 ‘철의 장막’을 경고한 이래 유럽과 러시아 간 대결에서 강력한 선수가 되기 위한 공동 전략의 일환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며 “EU를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영국의 움직임은 스스로를 차별화하려는 나라라는 점 또한 각인시킨다”고 해설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 말콤 찰머스 부소장은 “영국은 자신을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미국과도 차별화하고 있다”며 “이는 브렉시트와 함께 우리 자신을 독립적 강중국(强中國)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미국 주도의 대응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18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 천연가스관 연결사업인 ‘노트스트림2’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종의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 러시아 눈앞에 흔든 것이다.

노트스트림2는 러시아가 서유럽에 자국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발트해 해저에 연결한 파이프라인이다. 건설은 끝났지만 운영 승인은 아직 나지 않았다. 아날레나 바에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이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천연가스관이 크렘린궁을 저지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임을 분명히 했다.

숄츠 총리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개입이 있을 경우 모든 것을 논의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러시아는) 높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계속 제재를 가하는 건 비생산적”이라며 러시아 가스관에 대한 제재를 철회한 상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EU 의장국 임기 시작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EU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함께 해법을 찾는 4자 회담을 제안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