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랐던 성남서 ‘폭풍 오열’…“가족 상처, 그만 헤집으라”

성남에서 즉석연설 도중 눈물 닦는 이재명 대선후보.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경기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오열했다.

이 후보는 과거 부모님이 생계를 위해 성남시장에서 공중화장실 관리원과 청소노동자로 일한 사실을 밝히며 “열심히 일했고 깨끗이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왔지만 상처가 너무 많다”며 흐느꼈다.

‘형수 욕설’ 녹음 파일에 대해선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 이런 문제로 우리 가족의 아픈 상처를 그만 헤집어달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매타버스 시즌2’ 일정으로 과거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성남 상대원시장을 찾았다.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이 후보는 연설 시작부터 “저희 가족 여덟 명이 수십년간 이 공간에서 생계를 유지했다”며 “다시 이곳에 오니까 갑자기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후보는 “아버지는 이 시장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셨고, 어머니는 시장 공중화장실에서 이용자가 소변 보면 10원, 대변 보면 20원을 받으셨다”고 회상했다.

이 후보는 어머니와의 일화를 언급할 때마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연설 중간중간에 목이 멘 듯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목을 가다듬었다.

그는 “저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공장에서 일했는데, 어머니께선 화장실에 출근하기 전에 항상 제 손을 잡고 공장에 바래다줬다”며 “늦은 밤 일 마치고 와서도 아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려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고, 가난했지만 행복했다”며 울먹였다.

이 후보는 “요새 전 세계에서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한다”며 “저도 어릴 적 공장에서 사고로 장애를 얻고, 앞날이 너무 깜깜해 잘못된 선택을 생각하고 실행해본 곳이 바로 이곳 반지하였다”고 말했다.

또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제가 탈출했던 그 웅덩이 속에서 여전히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며 “화장실을 지키며 아들이 잘되기만을 바랐던 어머니에게 ‘실력이 안 돼서 판·검사가 못 되고 변호사가 된다’고 거짓말을 하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했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후보는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시민들은 ‘이재명’ ‘울지 마세요’ ‘우리가 있어요’ 등을 외치며 이 후보를 응원했다.

눈물 흘리며 즉석연설하는 이재명 대선후보. 연합뉴스

특히 이 후보는 ‘형수 욕설’ 논란을 해명하는 지점에선 거의 오열하다시피 했다. 이 후보는 “제가 시장이 되자 제 여러 형제 중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한 형제가 시정에 개입하려 해서 막았다”며 “그러자 형제는 어머니를 찾아가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은 어머니를 폭행한 것에 그치지 않고 ‘어머니의 어디를 어떻게 한다’ 이런, 인간으로서 못할 참혹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게 어머니는 저를 언제나 믿어준 하늘과 같은 분”이라며 “저도 참을 수가 없어서 욕을 했다. 공직자로서 참았어야 했는데 잘못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어머니도, 형님도 떠나셨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우리 가족의 아픈 상처를 그만 좀 헤집어달라”고 절규했다.

이 후보는 “제가 하는 정치는 우리 서민의 삶, 이재명의 참혹한 삶이 투영돼있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후 온 기력을 다 썼다는 듯이 힘없이 연단에서 내려왔다. 이 후보를 부축한 지역구 의원들은 이 후보의 등을 두드리면서 위로했다.

지지자들과 시민들의 현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후보가 울먹이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을 때마다 ‘울지 말라’는 격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후보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다수였다.

성남=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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