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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D-3 “어느 누구도 명확히 설명을 못 해”

법 시행 앞두고 기업, 정부 ‘대혼란’…노동계 ‘반발’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산업 현장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에서도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시설 현장에서 인명피해가 날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처벌 받아야 하느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산재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철도 공기업 관계자는 24일 “안전 전담 조직을 만들고 관련 컨설팅도 받고 분주하게 대응했지만, 정부를 비롯한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법은 산업 현장이나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부상자가 여럿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에 중앙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도 포함돼 있다. 공공이 주도하는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뿐 아니라 안전사고나 자연재난에도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책임을 따지면 정부 부처 장관이나 공공기관장 등이 처벌 받을 수 있다.

앞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법상 국토부 장관이 책임져야 하는 현장이 8000곳에 이른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발주한 공공시설 공사 현장에서 인명피해가 나면 장관이 처벌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해설서를 냈지만 여전히 모호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아직 시행규칙도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 법상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안전 담당 이사나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설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해설서에서 “안전담당 이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책임자의 의무로 규정된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예산’의 범위에 대한 기준도 해석하기 나름이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1호(법 시행 후 처음으로 사고가 발생한 곳)’만 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산재 사고가 많은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확실한 안전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잠정 중단하는 등 특단의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법 시행의 후유증으로 현장의 무인화 추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제기된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한 보완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의 80% 수준이다. 종사자 규모만 60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828명 중 317명(38.3%)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조차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 예방보다는 CEO(최고경영자) 처벌에만 초점 맞춰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노동 전문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CEO를 중심으로 기업 스스로 안전관리에 매진하도록 만든 법인데, 정작 사망사고가 많은 소규모 사업장을 배제한 것은 판단 착오”라고 평가했다.

세종=이종선 심희정 최재필 기자, 이용상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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