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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 자매 살해’ 30대, 항소심서도 무기징역 선고

유족 “어처구니 없는 판결”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언니까지 살해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정재오)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5)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20년간의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6월 25일 오후 10시30분쯤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하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자친구의 언니 집에 침입해 숨어 있다가 귀가한 언니까지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범행 이후 그는 여자친구 언니의 자동차를 훔쳐 울산으로 달아난 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거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106만원가량의 게임 아이템도 결제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별건으로 진행된 이 사건에는 징역 2년형이 내려져 앞선 강도살인 혐의와 항소심에서 병합됐다.

1심 선고 이후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간은 아무리 화가나더라도 타인을 살해해서는 안된다. 설령 순간의 분노를 못참고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뒤늦게 겁을 먹고 달아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피고인에게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작동하지 않았다. 피해자를 살해한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거나 불안감을 느꼈다는 미미한 단서도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진지한 반성을 하거나 사죄를 했다면 다소나마 완화될 여지가 있겠지만 피고인은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유족은 피고인을 비롯한 누구로부터도 참된 말 한마디조차 듣지 못했다”고 했다.

A씨의 교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도 재판부는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지능 신체조건은 이미 성인이지만 인간이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도덕성 등에 비춰보면 교화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며 “피고인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 20년 뒤에는 가석방 돼 사회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생명을 잃고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는데 피고인이 버젓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보일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것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다. 그러나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는 이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볼 때 A씨를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생명에 대한 박탈을 인정하기엔 어렵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형이 사실상 폐지된 한국은 사형 선고 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과 동일한 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그러나 문명국가에서는 생명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이는 피고인에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을 영구히 격리할 필요성은 있지만 생명을 박탈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들의 아버지는 재판 종료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법이 죽었다. 터무니없는 판결”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들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남의 목숨은 목숨이 아니고 피고인의 목숨만 목숨인가”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딸 아이들의 자녀들에게 ‘엄마를 죽인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며 “범죄자는 나라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우리는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고 토로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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