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영상’ 의혹 후 9년…김학의는 왜 무죄일까

특수강간 혐의, 세 차례 수사에서 적용 안돼
법원, 동영상 속 남성은 김학의로 특정
성접대는 공소시효 지나 1~3심 모두 면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7일 서울고법 형사3부 파기환송심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앞서 김 전 차관의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이날 파기환송심 선고에 따라 사실상 김 전 차관의 모든 혐의가 무죄로 결론 내려진 것이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9년 만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은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2013년 3월 보도되면서 처음 불거졌다. 1분 40초가량 영상에는 한 남성이 별장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한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 영상 속 남성으로 지목된 김 전 차관은 취임 6일 만에 사퇴한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 해 6월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소명이 부족하다’며 반려했다.

검찰, 특수강간 혐의 잇따라 무혐의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 받은 후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같은 해 8월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등 혐의는 11월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피해 여성들이 구체적 상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무혐의 근거로 들었다. 검찰시민위원회에서도 시민위원 전원이 불기소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당시 김 전 차관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에 대해서는 “혐의 사실과 연관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당시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신원은 파악하지 못했었다. 동영상 내용이 특수강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경찰이 송치한 특수강간 혐의의 범죄 발생 시기와 영상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가 일치하지도 않았다.

검찰은 당시 피해 여성 중 한명이 경찰에 “강간당한 것 같지 않으니 피해자에서 제외 해 달라”고 진술했던 점 등을 무혐의 근거로 제시했다. 성접대의 대가성도 입증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단순 성매매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데 성매매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다는 게 검찰 설명이었다.

동영상은 피해 여성 중 1명인 이모씨가 1차 수사 때와 달리 자신이 동영상 속 인물이라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이씨는 지난 2014년 김 전 차관을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2차 수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이씨가 진술을 번복해 증언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동영상 속에 여성의 얼굴이 나오지 않는 것도 여성 신원 특정을 어렵게 한 이유였다.

고소인은 법원에 재정신청도 냈지만 기각됐다. 법원에서도 김 전 차관의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문재인정부에서 2017년 12월 출범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을 겨냥해 “진실을 규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도 김 전 차관에 대한 특수강간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를 위해 대규모 특별수사단을 꾸리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지난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을 윤씨로부터 1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다른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49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도 있었다.

검찰은 세번째 수사에서도 특수강간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대신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원주 별장, 오피스텔 등에서 윤씨로부터 받은 13차례의 성접대를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적시했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확보된 증거와 허용된 법리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 더 이상 의혹을 남기면 안 되겠다는 각오로 수사했다”고 밝혔다.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은 동영상 속 인물은 자신이 아니고 성접대를 받은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 법원 “동영상 속 남성은 김학의”

김 전 차관의 재판 1~3심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2019년 11월 김 전 차관의 1심 재판부는 혐의에 대해 무죄·면소 판단했다. 윤씨로부터 받은 뇌물 3000여만원과 성 접대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로 판단했다. 1억원의 또 다른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했다. 다른 사업가 등으로부터 받은 금품도 무죄 판단이 나왔다. 김 전 차관은 석방됐다.

당시 1심은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 맞다’는 판단을 내놨다. 얼굴형, 이목구비, 가르마 방향을 제외한 머리모양 등을 고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놨다. 법원에서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인정한 첫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차관이 받은 성접대 등 향응 금액이 1억원 미만이라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1심의 무죄 판단은 법원에서 일부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받은 뇌물 중 4300만원 부분은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2심에서도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받은 뇌물 및 성접대에 대한 부분은 면소 판단이 유지됐다. 김 전 차관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다. 김 전 차관은 법정 구속된 지 225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성접대 부분에 대한 면소 판결 등도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유죄 증거로 쓰인 최씨가 검찰 사전 면담에서 회유·압박을 받은 것은 아닌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27일 파기환송심에서 “검사가 증인에 대한 회유,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을 명확히 해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의 핵심 혐의인 성접대 의혹은 앞서 대법원에서 면소 판결이 확정되면서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9년 이어진 김학의 사건…무죄로 일단락 될 듯

검찰이 재상고할 경우 김 전 차관에 대한 대법원 재상고심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사건이 유죄 취지로 다시 파기될 가능성은 낮다. 9년 간 이어져 온 김 전 차관에 대한 형사 사건이 사실상 일단락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의혹 제기 초기부터 김 전 차관의 성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과 ‘제식구 감싸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수강간 혐의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제식구 감싸기’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검찰은 당시 피해자들이 윤씨와 금전 문제와 관련된 갈등 등으로 얽힌 점 등을 고려할 때 성범죄로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었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일원으로 참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 2019년 1심 무죄 판결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애초에 여론에 떠밀린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문제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여성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 윤중천보다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김학의까지 엮어야 (금전적) 피해를 복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했겠느냐”며 “여러 여성이 김 전 차관을 엮어 특수강간을 주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의 처음과 끝은 ‘돈’이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나도 이 사건은 여성들의 성이 이용되거나 착취당한 사건이라고 보지만, 비난 가능성이 크더라도 특수강간죄가 성립하는지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성접대에 대한 대가성 여부, 또 다른 금품수수 가능성 등 개인비리를 더 적극적으로 수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은 1차 수사 당시 김 전 차관 휴대전화와 주거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2차 수사에서도 김 전 차관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수사가 종결됐다. 검찰 수사가 소극적으로 이뤄졌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검찰 수사팀은 당시에도 뇌물죄 적용을 모두 검토했지만 대가성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시점에서 주거지 압수수색을 진행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은 재조사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가 있었다는 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에는 김 전 차관이 2018년 수사를 앞두고 출국하려 하자 이를 불법으로 금지한 혐의를 받는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 이규원 검사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전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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