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좀’ 요청 받고 갔는데…대법 “그래도 접근금지 위반”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이상 피해자가 ‘연락하거나 접근해도 된다’는 양해나 승낙을 하더라도 접근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9월 의정부지원 고양지원에서 동거인이던 피해자 B씨에 대한 가정폭력으로 B씨의 주거지 및 직장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휴대전화 등으로 연락하지 말라는 명령도 함께 받았다. 하지만 A씨는 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2018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여러 차례 주거지에 접근했다. 400차례 넘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A씨는 가정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B씨 집에 접근하고 연락한 것은 맞지만 이 과정에서 승낙이 있었다는 이유였다.

1심은 A씨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 및 120시간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다만 A씨가 B씨에게 한 일부 연락과 접근에 대해서는 “B씨가 집 주변에 있는 고양이 관리를 부탁한 점”이라고 언급하며 “피해자 양해가 있었따고 보는 게 타당하다”면서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1심이 무죄로 본 부분을 달리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법원 허가가 아닌 피해자 양해나 승낙으로 구성요건 해당성(형법 등 법률에 정한 범죄의 조건)을 조각(없앤다는 의미)할 수 있다면 개인 의사로 법원 명령을 사실상 무효화할 수 있어 법적 안정성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내린 접근금지 명령은 피해자 의사가 있더라도 무효화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다만 2심은 A씨의 혐의 가운데 일부는 임시보호명령을 통지받기 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기존 유죄 선고를 무죄로 바꿨다. 이에 따라 1심 판결은 파기됐지만 형량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피해자의 양해 내지 승낙,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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