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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선인 징용’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 결정

한국 정부 “강한 유감…중단 촉구”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서는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8일 저녁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천과 관련해 “올해 신청해서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등재 실현에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당초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반발과 심사 탈락 가능성 등을 고려해 추천 여부를 고심해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강경 보수파가 추천 강행을 주장하며 기시다 내각을 압박했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의 모습. 사도광산 관리회사는 이 갱도에서 쓰인 광석 운반수단을 전시해놓았다. 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는 전날인 27일 페이스북에 “내년으로 미루면 등록 가능성이 높아지는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한국 등이) ‘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조회장 역시 연이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일본 명예와 관련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결정에는 한국의 반발에 굴복해 추천을 보류하면 오는 7월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자민당 내 우려의 목소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선 극우 성향의 일본유신회가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의원 총선에서 원내 제3당으로 약진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다음 달 1일 각의(우리의 국무회의)를 열고 승인 절차를 거쳐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보낼 예정이다. 이후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회의회(ICOMOS)가 현지 조사를 포함한 약 1년 반 동안의 심사를 거쳐 내년 6~7월에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15년 사도광산과 마찬가지로 조선인 징용 현장인 군함도(일본명 하시마)가 포함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에도 한일 양국이 신경전을 벌였지만, 결국 외교 교섭을 통해 타협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조선인 징용 희생자를 기리는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 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일본 정부가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시 스스로 약속한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사도 광산은 에도시대부터 유명한 금광이었다. 이후 기계화 시설이 도입돼 근대 광산으로 탈바꿈했다. 태평양전쟁 시기에는 조선인이 강제노역하며 구리, 철 등 전쟁물자를 확보하는 데 동원됐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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