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드린 모다모다 샴푸, 안전한 걸까요?” [싹.다.정]

식약처, 모다모다 원료 물질 사용금지 추진
“유전독성 우려 배제할 수 없어” 판단
모다모다 측 “독성 없다. 스타트업 차별” 반발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제품 소개 화면. 모다모다 홈페이지

“백발인 어머니도 개발단계 제품을 6년 쓰셨고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다. 모다모다 샴푸는 건강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카이스트 이해신 석좌교수)

“THB(모다모다 원료)는 피부감작성 물질로 분류되고 잠재적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스타트업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결정으로 판매 중단 위기에 놓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업체 측은 원료가 인체에 유해한지 아닌지가 명확하지 않은데 식약처의 사용금지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한다. 식약처는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모다모다 샴푸는 머리를 감기만 해도 염색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품으로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만 100만병, 해외에서 80만병이 판매됐다. 출시 5개월 만에 매출 600억원을 달성했다.

식약처는 화제를 몰고 있던 모다모다 샴푸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광고금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기능성 화장품 허가를 받지 않았는데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모다모다 측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처분 중단을 신청했고 위원회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광고를 할 수 있게 된 상태다.

이어 식약처는 지난 26일 모다모다 샴푸 원료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하 THB)을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하는 내용의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THB에 대한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의 보고서가 근거가 됐다.

규정이 개정되면 개정일 이후 6개월 후부터는 해당 성분을 화장품 제조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제조한 상품은 최대 2년까지만 판매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공장을 닫을 수도 있는 난처한 상황이 된 것이다.

모다모다 측은 THB가 유럽에서는 금지됐지만, 미국, 일본 등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쓰이고 있는 원료라고 반박한다. 이미 유럽에서 유전독성으로 확정된 성분들이 포함된 국내 화장품이 1000여개가 되는데 THB만 문제 삼는 것은 ‘차별’이라고도 주장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을 죽이는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도 나온다. 반면 조금이라도 소비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 식약처가 금지하는 것이 맞는다는 반박도 있다. THB는 어떤 성분이고 왜 문제가 된 걸까.

샴푸만 해도 염색이 된다…어떻게?

탈색을 한 모발에 모다모다 샴푸를 사용했을 때의 변화모습. 모다모다 유튜브 캡처

모다모다 샴푸는 폴리페놀과 THB를 배합해 염색 효과를 내는 세계 최초의 염색 샴푸다. 기존 염색약에는 염색 효과를 내는 성분으로 파라페닐렌디아민(PPD)이 주로 들어간다. 모다모다 샴푸에는 PPD 대신 식물성 물질인 폴리페놀이 들어간다.

폴리페놀은 공기와 만나면 갈변(갈색으로 변함)현상을 일으킨다. 바나나, 사과 등 식물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THB는 물에 녹지 않는 폴리페놀을 물에 녹여 샴푸에 녹아들 수 있게 해준다. THB 자체도 공기와 닿으면 색이 변하는 성질이 있다. 두 성분이 모발에 달라붙게 되고, 샴푸 세정 후 공기에 노출되면 염색 효과를 내게 된다. THB와 폴리페놀이 동시에 색감을 내는 원리다.

THB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은 국내에서 모다모다 샴푸를 포함해 3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THB를 원료로 염색약, 샴푸 등을 만들지만 국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원료다. 모다모다 샴푸에서 폴리페놀은 천연 물질이지만 THB는 아니다.

그렇다면 폴리페놀을 녹일 수 있는 다른 물질이 있다면 굳이 THB를 사용할 이유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모다모다는 THB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도 개발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성분을 배합했을 때 더 자연스러운 색감이 나오는데 굳이 인체에 위해성이 없는 THB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모다모다 측 주장이다.

THB 원료, 유럽 사용금지…미국은 가능

결국 쟁점은 THB가 인체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느냐다. 해외에서 사용돼 온 THB가 문제가 된 건 최근 유럽연합(EU)에서다.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는 자체 위해평가 결과에 따라 THB를 2020년 12월부터 유럽 내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추가했다. 이어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원료가 포함된 화장품 생산을 중단했다. 올해 6월부터는 제품 판매 중지에 들어간다.

SCCS에서는 THB를 잠재적인 ‘유전독성’을 배제할 수 없는 물질로 평가했다. 유전독성은 특정 성분에 노출될 때 유전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독성이 있는 물질이 곧바로 발암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이 같은 SCCS 보고서를 근거로 유럽과 마찬가지로 THB를 화장품 원료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SCCS 보고서를 보면 THB는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모다모다 측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모다모다는 샴푸를 3분 가량 쓰고 헹궜을 때 자체 측정 결과 두피에 잔류하는 THB가 0이기 때문에 위해성이 없다고 본다. 염색약처럼 THB가 장시간 노출될 경우 두피에 THB가 침투할 수 있지만 샴푸처럼 바로 씻어내는 경우는 괜찮다는 것이다.

이해신 교수 “샴푸 씻어내면 두피에는 THB 잔류하지 않아”

이해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석좌교수. 모다모다 유튜브 캡처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기술을 개발한 이해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석좌교수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상 모든 물질은 많이 사용하면 독이 된다. 설탕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 THB를 염색약에 넣고 고용량을 장시간 사용했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샴푸에 들어간 THB는 3분 가량 사용하고 씻어내면 잔류량이 0이기 때문에 독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용량이 독을 만든다(The dose makes the poison)는 게 독성학의 기본”이라며 “용량과 사용법을 무시하고 금지하는 것은 과학적 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SCCS 연구의 경우 염색약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연구 기준이 된 THB 용량과 모다모다 샴푸를 사용할 때의 THB 양을 비교하면 5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식약처는 전문가 회의 결과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 차원에서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유전독성 물질의 경우 제품의 사용형태, 사용량 또는 빈도 등과 무관하게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전독성 위험성이 있는 물질이면 애초에 소량이라도 사용을 금지하는 게 맞는다는 취지다.

식약처는 또 “전문가 회의 결과 씻어내는 샴푸일지라도 모공이 있어 흡수율이 높은 두피에 직접 마사지하고, 자주 사용하는 샴푸의 특징을 고려할 때 흡수율이 적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모다모다 측은 이 같은 식약처의 금지 결정 기준 및 근거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THB를 담은 상품은 미국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굳이 유럽 기준을 따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모다모다 측은 이미 유전독성 물질이 함유된 화장품들이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데 모다모다 샴푸의 THB만 ‘콕 집어’ 규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도 주장한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유럽에서 이미 유전독성 물질로 등재된 물질 중에 ‘피로갈롤’이라는 물질은 유럽, 미국 등에서 전부 배합 금지인데 국내에서는 2.5% 허용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이미 유전독성으로 확정된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1000여개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미 다른 염색약에도 유전독성 등급을 받은 물질이 포함돼 있다. THB는 오히려 유전독성 등급까지는 부여되지 않은 물질이다”라며 “그런 물질은 허용하는데 THB는 안 되는 이유가 뭐냐”라고 되물었다.

대표적인 염색약 성분인 PPD는 피부감작성(피부가 민감해지는 증상) 물질인데 금지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약처는 THB를 금지하는 주된 이유는 유전독성 및 피부감작성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PD가 피부를 자극하는 물질이긴 하나 유전독성이나 발암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돼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약처 “자료 충분, 유전독성 판단 달라지지 않아”

결론적으로 SCSS 보고서는 THB가 유전독성 우려가 있다고 봤지만, 인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위해를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평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THB에 대해 아직 직접적인 심각한 인체 부작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유전독성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발암성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발암성은 별도의 발암성 시험을 통해 평가해야 한다.

모다모다는 정말 THB가 샴푸에 사용됐을 때 유해한 지 식약처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을 식약처에 여러 차례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8일 식약처 전문가 회의에서는 “기존 자료가 이미 충분해 현행 유전독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별도의 실험 없이도 기존 문헌 검토만으로도 위해성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다는 태도다. 모다모다는 카이스트와 함께 자사 제품의 안전성 입증을 위해 의약품에 준하는 수준의 임상실험을 진행한 후 상반기 내 식약처와 다시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신기술을 사용한 제품이 등장했을 때 소비자의 안전을 중시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규제 당국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한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은 규제가 스타트업을 고사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 대표는 “규제 기관인 식약처의 입장이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제2, 제3의 모다모다가 없기 위해서는 규제를 할 때 명확한 방법과 기준을 가지고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대기업에서 만드는 염색약은 유럽에서 금지한 원료를 담고도 버젓이 판매되는데 그런 것들은 놔두고 우리 제품을 판매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차별 아니냐”라고 말했다.

모다모다 측은 규정이 개정될 경우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종적으로 제조, 판매가 금지되면 공장과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THB 원료의 생산 및 판매가 금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다모다 샴푸는 출시 5개월 만에 매출액이 국내 320억원, 해외 28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배 대표는 “식약처가 금지 원료 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26일에 오히려 제품 출시 이후 가장 많은 하루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백발이었던 어머니를 보면서 염색 샴푸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원료 물질 원리가 된 논문을 2014년도에 처음 냈고 7년여간 연구를 진행한 끝에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이 교수는 “개발단계에 있는 제품을 어머니가 6년을 쓰셨다. 어머니의 지인들도 다 쓰셨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모다모다가 기존 염색약보다 덜 독하고 자연스럽게 염색이 되니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의 논리가 어느 정도 맞으면 이렇게까지 반박을 안 할 텐데 명백하게 논리가 과학에서 멀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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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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