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전남경찰 수사력 한계, 버겁다…신청 영장 번번이 기각

인권 무시 수사도 도마 위

경찰의 재교육 등 전문성 강화 필요 주장

영장 기각될까 봐 검찰 핑계…검찰 조롱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의 수사가 인권을 무시한 채 종종 한계에 부딪히며 무리한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남경찰청의 최고 수사관을 투입해 수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하며 검찰과 법원에 영장을 신청하지만 번번이 기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치단체장의 비리를 파헤쳐 구속시키기 위한 성과주의식 수사가 행정을 마비시키며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29일 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전문 수사관 30여명을 투입해 정현복 광양시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은 9개월 간의 수사 끝에 정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 시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광주지법 순천지원 홍은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이 청구된 범죄사실에 관해 확보된 증거자료와 수사 경과, 범죄의 성격 등에 비춰 보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또 “피고인을 구속할 상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경찰은 현재 정 시장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따른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고 별건 식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당시 경찰은 신청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것을 우려해 검찰이 영장을 신청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주위에 소문이 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신청한 영장이 기각되면 지방선거 광양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며 항암(혈액암)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정 시장을 구속하기 위해 검찰이 무리수를 뒀다는 핑계를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무리한 수사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사건 지휘도 하지 못하는 검찰을 조롱하며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검찰은 경찰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더 이상 확산시키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과 맞물려 정 시장의 부동산 투기 의혹 고발장을 접수하고 지난해 3월부터 30여명의 전문 수사관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했다.

또 광양시청과 정 시장 자택 등에 대해 5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광양시청 공무원 60여명을 수차례 소환해 조사하며 광양시 행정의 연속성에 대한 발목잡기에도 나섰다는 비난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인권 무시를 당했다는 광양시청 직원들의 주장도 제기됐다.

남성 수사관이 피의자 신분도 아닌 여직원을 화장실까지 쫓아가 “빨리 나오라”며 목청껏 수차례 이름을 부르며 윽박지르고, 조사 시에 반말을 하며 “다 아니까 불어라”는 등 강압적인 수사 행태는 물론 사건과 별개의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또 압수수색에 나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지난해 12월 7일 설 명절에 선물을 돌리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승옥 전남 강진군수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은 “이 군수가 도주 우려가 없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지난해 지난 8월 군수실과 군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전·현직 공무원 20여명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전남경찰은 특히 수사권 조정 이후 앞선 지난해 8월 가짜 주식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30대 피의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기각하자 광주고검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마치 검찰의 사건 봐주기 의혹으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수사력을 자신하며 검찰 결정의 부당함을 전국에 알리는 첫 사례였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검 장흥지청 A 검사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고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로부터 위법하고 강압적인 수사를 당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에서 증거 능력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 소명이 충분히 됐고 범행의 중대성,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사실상 더 보완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광주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어 영장심의위원회 결정으로 피의자에 대한 영장 청구가 결정됐지만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 주었다.

법원은 “범죄 소명 정도와 수사 경과를 살펴본 결과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 방어권 보장 필요성도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불구속 수사 원칙에 반해 구속 수사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수사 경과 검토 결과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이 피의자 구속이라는 성과만을 이끌어 내기 위해 법리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 신청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는 뒷전인 채 성과주위식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일부 수사 전문가의 견해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기 전에는 검찰의 사건 지휘하에 피의자에 대한 범죄 증거 확보와 공소 유지에 대한 원만한 협력 관계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도 현재보다 한결 좋았다고 일부 법률가들은 전했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법률 이해 정도가 매우 부족하고, 경찰 수사 단계에서 브로커로부터 제의를 받거나 사건 상대방이 브로커를 통한 청탁을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의 재교육 등 전문성 강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