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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부스 설치로 흡연자·비흡연자 분리?…“비현실적”

윤석열 후보, 흡연자 표심 겨냥 심쿵 공약 논란

금연학회 “건강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 국제조약 위반”

국민일보DB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밝힌 흡연자 맞춤형 심쿵 공약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8일 ‘담뱃세를 활용한 흡연구역 확충 및 실외 흡연부스 설치’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의 근본적 공간 분리를 통해 담배 연기로 인한 사회갈등을 줄이겠다”고 했다. 흡연자를 위한 흡연부스를 더 많이 설치해 비흡연자도 담배연기를 마시지 않을 수 있게 하고 흡연자도 편하게 흡연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한금연학회가 29일 성명서를 내고 “현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흡연자 표심을 얻기 위해 국제협약까지 위반하는 공약”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학회에 따르면 전 지구적 문제인 흡연 및 담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계보건기구는 2003년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 이하 FCTC)을 제정했고 2022년 1월 현재 전 세계 182개국이 협약 이행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도 2005년 협약을 비준했고 협약 내 구체적인 담배규제정책을 국내에 이행할 의무를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CTC가 권고하는 담배규제정책 원칙을 훼손하는 실외 흡연부스 설치 및 흡연구역 확대 공약을 제1야당 대선 후보가 제시한 데 대해 학회는 우려를 표시했다.

학회는 “흡연부스 설치는 모든 실내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FCTC 제8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흡연부스 역시 실내장소이며 이 공간에서 흡연하는 흡연자는 본인이 내뿜는 담배연기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흡연하는 담배연기에 간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학회는 “흡연자들 조차 밀폐된 흡연부스 내에서 흡연하지 않고 흡연부스 주변에서 흡연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100% 담배연기 없는 환경 이외에 환기, 공기여과 등 공학적 접근방법으로는 담배연기로부터 흡연자 및 흡연부스 주변 보행자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특히 흡연부스 설치로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설치된 폐쇄형 흡연부스는 흡연자로부터 외면받고 있고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흡연실로 들어가지 않고 부스 외곽에서 흡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흡연부스의 문은 대부분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부스 주변 보행자들은 여전히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현황 조사도 없이 비현실적인 주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게 학회 측 입장이다.

학회는 또 ”담뱃세는 흡연자의 금연을 지원하는데 사용돼야 한다. 담뱃세를 재원으로 흡연부스를 늘리는 것은 흡연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아니며, 오히려 흡연을 장려하는 것”이라면서 “담뱃세 인상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흡연자의 금연을 지원하는데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금연학회장인 백유진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거의 대부분의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흡연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 모두 흡연자 표를 얻기 위해 흡연부스 설치 및 흡연구역 확대와 같은 지엽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공약만을 구상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이고 국제협약인 FCTC의 원칙을 훼손하는 발상인 만큼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담배로 인해 매년 6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데 전체 진료비의 6.6%가 지출되고 있다. 흡연으로 발생되는 연간 사회적 비용은 7조1000억원에 달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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