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한 뒤 논란의 판정으로 메달을 놓친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을 위로했다. 차준환은 “전날 경기를 보며 속상했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54.30점, 예술점수(PCS) 45.21점을 합산한 총점 99.51점을 기록했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고점(98.96점)을 경신했다.
점수만큼 의미 있는 성과는 순위다. 차준환은 29명의 출전자 중 4위에 올랐다. 24명에게만 주어진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의 하뉴 유즈루(95.15점)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하뉴는 8위에 랭크됐다. 차준환보다 높은 점수를 얻은 선수는 네이선 첸(113.97점·미국), 가기야마 유마(108.12점), 우노 쇼마(105.90점·이상 일본)뿐이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이 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톱5’에 들어간 건 처음이다. 차준환은 첫 출전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프로그램을 15위로 통과했다. 프리스케이팅 성적(14위)을 합산한 완주 성적도 15위였다. 이제 시상대 문턱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차준환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을 잊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뒤 하루 전 남자 1000m, 여자 500m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되거나 다치고 넘어져 탈락한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을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고 치켜세우면서 “전날 선수촌에서 경기를 TV로 시청했다. 매우 속상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위치는 아니지만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경기를 보면서 속상했지만, 일단 이날은 내 연기에 집중했다. 긴장감을 느꼈지만 즐기는 마음으로 연기를 펼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00점에 0.49점 부족한 점수를 의식한 듯 “조금 기대했지만 좋은 연기를 펼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차준환은 오는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한국 피겨 남자 싱글 사상 첫 ‘톱10’은 물론 메달 가능성도 기대할 만하다. 차준환은 “욕심을 내지 않고 오늘처럼 좋은 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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