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차 버려진 도로‧총을 든 아버지…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하르코프)에서 사역하는 서진택 선교사가 지난 5일 시가전이 벌어진 도로를 촬영한 모습. 폭격을 맞은 학교 건물과 러시아 군이 버리고 간 군용 트럭 등이 보인다. 서진택 선교사 제공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는 진눈깨비로 진탕을 이뤘다. 폭격을 맞아 검게 그을린 도로 옆 노란 건물, 러시아 군인들이 도로에 버리고 간 군용 트럭은 잿빛 하늘과 함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더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 소속 서진택 선교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촬영해 국민일보에 보내온 동영상 속 우크라이나 하르키우(하르코프)는 평온한 듯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12살에 우크라이나로 갔다. 2013년 우크라이나 여성과 결혼했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GMS 인준을 받아 선교사로 사역 중이다. 외교부가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한 직후 ‘예외적 여권사용 등의 허가’ 신청 절차를 밟아 하르키우에 남았다.

동영상 속 폭격을 맞아 부서지고 그을린 노란 건물은 서 선교사의 교회에서 800m 떨어진 학교다. 이 도로에선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시가전이 있었다.

엄중한 상황에 서 선교사는 사역자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성도와 지역 주민을 위해 음식 나눔에 나섰다. 동영상도 교회와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기 위해 나서던 중 촬영했다.
이날 음식은 서 선교사의 교회 근처 카페 주인이 제공했다. 그는 서 선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가게에 있는 음식물을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상의했다고 한다. 카페 주인은 러시아 침공이 발생한 직후 피난길에 올랐다. 서 선교사는 카페 음식과 식재료를 챙겨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눴다.

서 선교사는 “개인사업자는 식재료 창고와 연결돼 그나마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 사업자 신분으로 처음 주문해 봤다”며 “다행히 쌀 통조림 햄 등을 확보했는데 이를 주민과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도 요청했다.
그는 “폭격 소리가 계속 들린다. 집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동영상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군에 입대한 알렉산더(가명·왼쪽)와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며 말씀을 전하고 기도하며 위로하고 있다. 그의 안전을 위해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했고, 이름은 가명으로 표기했다. 김민호 선교사 제공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으로 키이우(키예프)에서 사역하는 김민호 선교사는 군에 들어간 알렉산더(가명)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유했다.
김 선교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한국에 들어왔지만 메신저 등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사람에게 말씀을 전하며 기도하고 있다.

알렉산더는 러시아 침공 직전 군에 입대해 현재 20여명의 소대원들과 함께 돈바스 지역을 지키고 있다. 텔레그램으로 보내온 사진 속 그는 군복에 총을 들고 있지만 표정만은 밝다. 무엇보다 그를 포함해 소대원들이 신고 있는 신발은 김 선교사와 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김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제공한 군복과 군화 등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알렉산더의 말을 듣고 그들을 위해 방한복과 겨울용 군화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매일 김 선교사와 알렉산더는 텔레그램으로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고 있다.
김 선교사가 “하나님은 우리를 보호하시고 힘이 되시는 분”이라고 기도하면 알렉산더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축복한다”고 답했다. 시편 31편 말씀도 전했다.

러시아가 원전에 폭탄을 쏘며 점령한 자포리자에서 살고 있는 소피아는 한글로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 평화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소피아는 김민호 선교사가 운영하는 한글학교를 통해 온라인으로 한글을 배웠다. 김민호 선교사 제공

김 선교사가 운영하는 한글학교 학생 소피아는 서툴게 쓴 한국말로 “라시아(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파과(파괴)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는 이길 수 없다”며 전쟁을 멈출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그녀는 최근 러시아가 원자력발전소에 폭탄을 쏘며 점령한 자포리자에서 온라인으로 한글 교육을 받았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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