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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 리조트 분양, 땅 매매… 메타버스 ‘기이한 부동산 열풍’

'어스2'에서 판매 중인 서울시내 토지의 모습. 어스2 홈페이지 캡처

2020년 말에 호주에서 출시된 ‘어스2’는 현실의 지구를 그대로 복사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어스2는 맵 박스(mapbox) 지도시스템을 기반으로 가로 10m, 세로 10m 크기의 약 30평을 1타일로 한다. 이 타일을 유저가 구매하면 유저끼리 사고팔 수 있다.

어스2는 가상 부동산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핵심은 뉴욕, 서울, 런던, 홍콩 같이 현실에서 살 수 없는 비싼 곳의 땅을 매입한다는 대리만족감이다. 출시 당시 타일 하나에 0.1달러였으나, 현재는 지역에 따라 60달러까지 급등한 곳도 나왔다. 어스2에는 앞으로 자원 취득, 건물 건설시스템이 추가될 예정이다.

가상공간, 메타버스에서 가상의 부동산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디지털로 존재하는 땅을 가상화폐로 사고파는 식이다. 대상은 디지털 영역의 땅에 그치지 않는다. 쇼핑몰, 콘서트장, 초호화 리조트까지 매매되고 있다.

가상공간 플랫폼들은 매입한 부동산에 기업 등이 입주하면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가상 부동산을 팔아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상부동산 열풍이 실제 부동산으로 기능하려면 ‘가상경제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상부동산 열풍은 확산세다. ‘디센트럴랜드’와 ‘더샌드박스’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디센트럴랜드는 정확히 9만 필지의 토지로 나뉘며, 가격은 1만 달러부터 시작한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가상부동산에 입주하기도 한다. 한국에선 DGB금융지주가 금융권 최초로 지난 1월 어스2를 통해 대구 북구 칠성동 DGB대구은행 제2본사 건물을 매입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어스2를 언급하며 경북도에서 경북도청 건물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가상공간에 마련된 서울시내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오픈메타시티' 소개 화면. 오픈메타시티 홈페이지 캡처

한국에서도 가상부동산이 등장했다. ‘오픈메타시티’는 서울시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아파트 분양 추첨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서울시내 다른 지역의 아파트도 분양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베터버전으로 출시된 ‘세컨서울(2nd Seoul)’도 서울시를 배경으로 한다.

가상공간에서 매매 대상은 단순히 디지털 영역의 땅뿐만 아니라 쇼핑몰, 콘서트장, 패션, 요트 등으로 광범위하다. 리퍼블릭 렐름은 지난해 ‘샌드박스’에서 슈퍼요트 ‘메타플라워(Metaflower)’를 “애프터 파티와 해변 휴양지 모두에 적합하다”고 광고하면서 65만달러에 판매했다. 리퍼블릭 렐름은 독특한 패션으로 유명한 일본 도쿄 하라주쿠 지역에 영감을 받은 ‘메타주쿠(Metajuku)’라는 디지털 쇼핑 공간을 디센트럴랜드에도 구축하기도 했다.

가상부동산 플랫폼들은 홈페이지와 백서 등을 통해 추가적인 경제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소유한 가상부동산에 기업이나 기관 등이 입주하면 임대료를 얻을 수 있고, 매매로 시세차익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공간을 무대로 일종의 P2E(Play to earn·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가 이뤄지는 셈이다.

세컨서울 베타서비스 종료 공지. 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불확실성을 근거로 하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가상부동산 열풍이 경제적 가치를 추가로 창출하지 못하면, 단순 자기만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다양한 플랫폼들이 출시되는데, 이를 주관하는 업체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출시한 세컨서울은 오픈 이틀 만에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문을 닫아 논란을 낳았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앤드어스 대표이사)는 “‘현실에서 살 수 없는 비싼 건물이나 토지를 가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가상부동산을 구매한다면, 단순히 자기만족이나 상징적인 소비에 불과해진다. 현실에서도 유동인구가 많고 목 좋은 곳에 있는 건물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인기 많듯 사용자 수가 많아져서 광고를 통해 수익을 번다거나 임대를 주는 등의 상거래 등을 통해 메타버스에서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상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10일 진단했다.

박 센터장은 “최근 가상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기업 등은 가상부동산을 사는 게 아니라 가상부동산으로 만들어질 생태계를 보고 사는 것”이라면서 “가상경제 생태계를 누가, 어떻게 잘 만드느냐에 따라 가상부동산 플랫폼 간의 경쟁력이 갈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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