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정치적 불평등…1인당 평생 투표권 총량 제한” 의견도

서울대·보건사회연구원 포럼서 발표한 하상응 서강대 교수
“한국 정치 중·장년층과 청년층 대표성 격차 심각”
“2060년 61세가 중간된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치 영역에서 세대 간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한 사람이 평생 행사할 수 있는 투표권 총량에 제한을 두는 방안을 고려하고, 선출직 정치인에 청년층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청년 공천 정당에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같은 의견은 지난 1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제7차 미래전망 전문가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세대간 정의 관점에서 본 정치 대표성’ 발표에 담겼다.

하 교수는 우선 한국 정치 영역에 나타난 중장년층과 청년층 간 대표성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발표문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 중 50대는 전체의 59%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 23%, 40대 12.7%였다. 반면 30대와 20대는 각각 3.7%, 0.7%에 그쳤다.

선출직 정치인에서 노년층이 과대 대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경향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라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율은 1980년 62.2%에서 2020년 72.1%로 증가했다가 이후 계속 감소해 2060년에는 48.5%가 될 전망이다. 반면 1980년 3.8%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60년 46.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위연령도 1980년 21.8세에서 2020년 43.7세로 높아졌다. 2060년에는 61.2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이른 오전부터 투표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유권자들. 연합뉴스

하 교수는 고령층 유권자의 비율이 커지면 청년층의 입장이 정책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고, 이는 다시 청년층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세대 간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토해볼 만한 대안으로 ‘투표 총량제’를 제언했다. 모든 유권자가 만 18세가 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투표 수)을 받고, 이후 선거에서 그 횟수만큼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 방식에서는 유권자는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선거나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싶은 후보가 출마한 선거에서 크레딧을 더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다음 선거로 크레딧을 넘기는 등 자율을 줄 수 있다.

청·장년기에 표를 많이 행사한 유권자는 노년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표를 쓸 수 있으므로, 노년층의 인구 비율이 비대해질 미래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청년 정치인을 더 늘릴 수 있는 방편으로는 청년추천보조금 제도가 언급됐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장애인 후보를 지역구에 공천하는 정당에 보조금을 주도록 하는데, 적용 대상을 청년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청년 할당제는 정당이 특정 성향을 가진 청년을 추천해 기득권의 정치 권력을 강화하는 데 오용될 수 있지만 보조금 제도는 공천만 하면 되기 때문에 청년 정치인의 풀(pool)을 정당 차원에서 관리하는 등의 순기능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투표총량제는 세대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 중 국가가 강제하지 않는 대안으로 생각해 볼만한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0~30대 국회의원 비율을 할당하는 방식은 국가가 강제적으로 개입하는 것이지만, 1인당 총 투표수안에서 원하는 시기에 행사하도록 하는 투표총량제는 개인 유권자 선택에 맡기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제도는 전자투표제 등 새로운 제도가 안정화될 때쯤 실현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는 미래의 얘기긴 하다”라면서 “현실적으로 인구 구성이 변하고 있고, 세대마다 자기 세대에 이익이 되는 투표를 한다고 볼 때 그 불평등성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 고민은 해야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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