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벗겨짐, 일시 실명… ‘평화파’ 겨냥 독극물 테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로만 아브라모비치(사진)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전쟁을 멈추기 위한 협상에 긴밀히 관여해왔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 일부와 평화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중독 의심 증세를 겪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3일 키이우 회담 직후 아브라모비치와 최소 2명의 우크라이나 협상단 고위 멤버에게서 충혈, 고통을 수반한 눈물 지속, 얼굴과 손 피부 벗겨짐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상실했다고 그와 가까운 한 관계자가 WSJ에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전쟁을 멈추기 위한 협상에 긴밀히 관여해왔다.

중독 증상을 겪은 우크라이나 협상단 멤버 중 한 명은 크림반도의 타타르인 국회의원 루스템 우메로프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생명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상태가 좋아졌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은 회의를 마치고 키이우의 한 아파트로 이동한 뒤 중독 증세를 보였으나, 다음날 르비우를 거쳐 폴란드, 이스탄불까지 이동하면서 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났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무런 증상을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렸다.

유럽 탐사전문 매체 벨링캣은 이들 3명은 중독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전 오직 물과 초콜릿을 섭취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평화회담을 방해하려는 모스크바 강경파들이 비밀리에 이들을 공격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방 전문가들은 생화학 무기 또는 일종의 전자기 방사선 공격에 의해 초래된 증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벨링캣의 수석조사관 크리스토 그로체프는 이들의 증상을 찍은 사진을 살펴봤으나 협상단 일정이 바빠 적시에 샘플을 채취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독일의 한 포렌식팀이 조사에 나섰으나 독극물을 발견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그로체프는 “이번 공격은 살해 목적이 아니라 경고를 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