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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관객이 위로 받을 수 있게 연기하고 싶다”는 배우 박주연


연극 <회란기>에서 ‘마부인’으로 분한 배우 박주연 연기는 극단 마방진 연기스타일을 선명하게 드러냈고 연기는 희·비극적인 내면을 담아 쏟아내는 인물의 심리와 감정은 강렬했고 돋보였다. 무대에서 발화(發話)되는 극중 인물의 음악적 리듬의 대사는 때로는 웃음으로, 운명의 절규로, 이기적인 탐욕과 승부의 욕망을 들어내며 감정의 층위를 생산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었다. 무대에서 존재감을 들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KTX는 코로나19로 한산했다. 성북구청 인근 위치를 약도대로 찾지 못해 고강민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알려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검정색 재킷을 걸치고 있었고 마부인의 흔적은 지워져 있었다. 작은 얼굴의 이미지는 모범생처럼 느껴졌고 선하면서도 다양한 캐릭터 이미지를 느끼게 했다. 이 배우가 TV, 영화에서도 내공 있는 연기력으로 신선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도 ‘강렬한 이상을 남기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알려지면서 충무로와 방송가에서 대본을 보내고 이 배우를 찾는 일이 많아졌다. 소리는 허스키 하면서도 선명했다.

| 배우는 ‘정신’과 ‘체력’이 중요하죠.

― 극단 마방진에서만 12년차 배우다. 연극, TV, CF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배우의 길을 가겠다는 1차적인 검증이 끝났다고 할까요. ‘박주연’ 배우에 대해 엄격한 기간 이였고 즐겁게 연극을 하면서 달려왔어요. 코로나19로 공연이 줄어들면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무대에서 관객을 보는데 불안해 보였어요. ‘어려운 시기에 왜 연극이지’라는 고민을 하면서도 배우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극만이 무대에서 전달하는 힘이 있거든요. 연극을 사랑하는 배우로 고민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연극의 현장성은 강하거든요. <회란기>를 하면서 정말 즐거웠던 게 어려운 시기에 연극을 만들어내고 관객들이 많이들 보시니까 연극이 쉽지 않은 작업이면서도 감동을 주는 직업이구나를 또 한 번 느꼈죠. 배우로 더 잘해내야겠다는 다짐을 이 작품을 통해 하게 됐어요. 배우가 무대에서 관객한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표현한 극중 인물로 치유를 받게 된다면 무대에서의 소임(所任)인 것 같고요.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많은 배우가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회란기는 저한테 선물로 다가온 작품입니다.”

평범하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학창시절을 보낸 그녀는 재능은 생각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경영학(성균관대학교)을 전공해 우연히 대학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다. 공동으로 작업을 하고 어울릴 수 있는 연극에 매력을 느꼈다. 대학연극을 하면서도 배우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졸업하고도 비씨카드에 들어가 홍보팀에서 일을 했다. 1년 정도 직장을 다니다가 연극생각이 났다. 지인들은 ‘공격적인 일’을 해보라고 권유를 했고 대기업 통신회사로 자리를 옮겨 3년 정도 모바일 분야 홍보, 기획 일을 하면서 대학시절 연극 풍경이 눈에 그려졌다. 앞으로 대리 달고 과장되면 더 이상 연극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를 해야겠다고 가족들한테 선전포고를 했다. “재능도 없는 애가 무슨 연기냐”며 재능을 인정받아 오면 허락하겠다는 말에 중앙대학교(석사)에 입학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무대로 돌아온 그녀는 본능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향처럼 마음이 편했고 몸은 자유로웠다. 국립극장예술단 1기(2008) 거치면서 배우장(將)을 하게 되었고 <봄 봄>, <시집가는 날>, <홍길동전> 등 고전극, 가족극, 청소년 극들을 하면서 감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고 그녀는 프로배우가 되어가고 있었다. 드라마 <불새 202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하이에나>, <싱글와이프>, <속아서도 꿈결>과 영화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배우에 대한 신선함을 보여주었고 있다.


―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가 많다. 삶과 인생을 표현하는 배우로 살아가면서 기억에 남는 극중 인물은.

“다양한 직업과 이미지가 다른 캐릭터들이었어요. 연극 <부활>은 멀티 역할이어서 다양한 인물로 연기를 했습니다. 배우가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고 기억에 남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때마다 배우로 느껴지는 진정성이 다르기 때문에 비중이 크든 작든 최선을 다해 인물을 녹여내려고 했어요. 아쉬운 작품은 <리어외전> ‘리건’ 역할이에요. 극단에 들어와서 큰 역할을 맡으면서 극단 스타일로 소화해 내기 바빴던 것 같아요. 한 번 더 한다면 ‘박주연’ 답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드라마, 영화에서는 부유층 엄마, 커리어 우먼이라던가 교육열이 강한 엄마, 드라마 사건(事件)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기업 비서, 의사 등 다양하게 맡아왔죠.”

― 연극과 드라마에서 연기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영상(드라마)은 배우 혼자 모든 캐릭터를 만들어야 해서 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연습을 하고 준비를 많이 한 연기도 촬영 현장서 오케이가 될지 감독 판단에 달려있지요. 감정 톤과 분위기가 현장에서 바뀌기도 하고 그래요.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고 현장에서 연기를 즉각적으로 생산해 내야 하니까 배우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뛰어난 배우도 인물의 감정 표현이 현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훈련된 배우가 방송으로 적합하고 방송은 현장예술이기도 하고요. 촬영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감정을 표현해 내는 배우가 중요하죠.”

― 연극과 방송에서 보여주는 연기 스타일이 다르다고 느꼈다. 연극 <회란기>에서는 마부인 으로 분하면서도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악역 이미지를 그려냈고,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때로 현대적인 전문직 여성 같은 역할을 많이 했는데.

“연극과 방송은 배우로 느껴지고 연기하는 게 다르고 장점도 다르다는 생각을 해요. 코미디 연기를 한다고 하면 과장된 연기를 원하는 분도 계시고, 일상적이면서도 블랙코미디로 비틀 어서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선호할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의 분석에 의해 감정이 결정되는 게 많아서 인지 연기 기술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연극은 배우와 창작자가 무대를 중심으로 공동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연습과정서 느껴지는 것이 많아서 좋고요. 고선웅 연출은 무대에서 배우들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 에드립도 충분히 연습한 뒤에 약속된 연기로 표현된다고 생각하세요. 즉흥적 상황도 수십 번 연습을 한 뒤 실수인 것 같아도 계산된 연기인거죠. 연극은 과정에서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방송 활동 평가는 어떤가.

“아직까지 조연이나 단역 수준인데 관계자 평가는 좋은 것 같아요. 특히 교육열이 많거나 돈이 많은 부유층 엄마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악역은 고선웅 연출님 하고만 했었던 것 같아요(웃음). 다른 장르에서는 평범하면서도 수수한 역할을 많이한 것 같아요. 영화로는 나문희 선생님 주연으로 올해 개봉 될 ‘룸 쉐어링’ 작품이 있어요. <오늘부터 우리는> 드라마 촬영 끝내고 방송될 예정이에요. 주로 드라마, 영화에서 전문직 여성을 많이 맡았는데 기억해 주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무대나 드라마에서 확장성이 좋은 배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박주연 배우는 어느 분야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

“두 분야 다 인 것 같아요. 연극은 할수록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극, 드라마, 영화, CF에서 배우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극을 하다 출연하게 되면 촬영하는 정도였다면 이제 적극적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 2년 동안 촬영을 많이 했는데 한번 인연이 된 감독님이나 연출 분들이 역할을 주시면서 반응도 좋았던 것 같아요. 배우가 분장에 도움도 받고 의상도 입고 극중 인물로 분 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서 변주가 가능하니까요.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맡을 기회가 더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공부만 할 줄 알았던 그녀는 배우로서 재능이 없는 줄 알았다. 배우가 된 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서 ‘남들 앞에서 시선을 끌고 사로잡을 수 있는 재주와 에너지’가 있었고 춤을 잘 춰서 한국무용을 하고 싶었다. 그때마다 그녀의 숨겨진 배우의 재능은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로 인식 되었고 초·중·고 때는 줄 곧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돌아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끼가 많았던 것 같은데 공부를 잘한 편이라 재능이 거세(去勢) 당한 것 같다”고 한다. 그녀는 본능의 배우의 감각을 잊지 못했고 취미 활동으로 시작한 대학 연극반 무대가 그리워졌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립극장에 들어가서는 무대가 적성에 맞았고 극중 인물로 분해 감정을 쏟아내면 마음이 편해졌다.

3년 정도 국립극장에서 보내고 한편의 연극이 극단 마방진을 선택하게 된다. “연극을 많이 보러 다닐 때 였어요. 연극 <마리화나>를 아리랑 소극장에서 봤는데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연극스타일 이었어요. 연극인가, 영화인가 할 정도로 배우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극단이 있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이 작품으로 극단 마방진을 선택하게 된 거죠.” 그녀는 극단 마방진의 대표적인 작품 <리어외전>에서 악녀로 분하는 리어의 둘째 딸 ‘리건 역할을 맡게 된다.
“그 당시에는 마방진의 연극 스타일을 배울 때여서 연출의 의도대로 쫓아가기 바빴던 것 같아요.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고 다시 공연하고 싶은데 더 잘할 것 같아요.” 2011년부터 극단 마방진 작품을 하고 있는 그녀는 < 리어외전>, <부활>, <홍도>, <탈출>, <나는 광주에 없었다>, <머더미스터리>, <웨이트리스와 로버>, < 낙타상자> 등에 고선웅 연출 무대에 서며 감각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많이 했는데 대표적인 작품은.

“(웃음) 가능성을 보고 연출님이 큰 역할을 주셨던 것 같다. 대표 작품으로 <리어외전>, <회란기>가 대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회란기>는 연습을 재밌게 해서 기억에 남아요. 마방진 작품들 중에 대표 작품들이 많은데 <홍도>에서 제가 홍도를 도와주는 기생 언니 역할을 맡았는데 평가가 좋았어요. 해외합작 연극 <웨이트리스와 로버>에서는 주인공 웨이트리스를 제가 했고 외국 배우가 도둑 역할을 했는데 배우로 많이 느꼈던 작품입니다.”

| 연극 <회란기>에서 마부인 캐릭터를 양식적 표현으로 만들어냈는데 재밌는 악역이 탄생된 것 같다.

노파(조한나 분)는 몰락한 집안 때문에 딸 장해당을 관가 기생으로 보내고 해당은 마을의 부자 마원과 황금 10돈으로 정략결혼을 하고 첩으로 들어가 아들을 낳고 살게 된다. 마윈의 본부인 마부인 남편의 막대한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조영사(김남표 분)와 불륜 행위를 하고 남편 독살의 음모를 계획하고 마윈은 장해당이 건네준 탕국을 먹고 죽는다. 장해당은 남편 독살 사건의 범인으로 몰리고 마부인은 남편의 재산을 탈취하기 위해 장해당의 아들을 친자라고 하고 돈으로 매수한 마을 사람들과 재판으로 1라운드는 마 부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기게 되는데 이 사건을 포대제가 재심을 하면서 뒤집히게 된다. 포청천은 장해당의 진실을 판결하기 위해 아이를 석회로 된 동그라미 원에다 세우게 된다. <회란기>는 원잡극의 표현 요소들을 살려내면서도 두드러진 특징은 현대적으로 각색해 말의 모양을 만들어 낸 배우들의 대사투다. 마치 창(唱)과 말하기, 대화 등의 대사 체를 묶어 중국 고전 희곡의 극 중 인물이 우리 무대 공간에서 표현될 수 있도록 현대적인 대화체로 변형되었는데 그 리듬감이 대사 문장의 운율과 곡조로 살려내고 있었다.


―<회란기>에서 마부인 역할을 했지요. 등장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은.

“작품이 들어가면 영화도 보고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는 편이에요. 특히 <회란기>는 이야기 플롯은 단순한데 텍스트를 많이 봤어요. 마부인 캐릭터를 새로운 인물로 만들어 보고 싶었고요. 고선웅 연출이 다양한 요소들과 결합시켜 작품의 특징을 잡고 디렉션을 주셨는데 캐릭터가 잘 만들어졌고 관객들이 좋아 하시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악역에서 느낄 수 있는 말투, 걸음걸이 같은 양식화된 연기로 접근하지 않았는데 춤 같은 움직임, 노래를 부르는 듯한 말투로 인물을 만들어가면서 악역이지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저한테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연기가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작품에서 배우 말투나 움직임들이 독특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무대에서 배우가 발성을 하고 연기를 하는 것처럼 표현해 보였다”

“무대에서 배우의 말투를 신선하게 보시는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작품은요. 끝을 길게 늘이는 말투는 돈 많은 부인들한테 느껴지는 말투인데 연출님과 함께 특징을 잡아서 캐릭터에 입힌거에요. 움직임도 모델처럼 걷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인물의 심리와 감정들이 담겨 있어요. 마부인의 캐릭터를 독특한 양식적 표현으로 만들어냈는데 결과는 재밌는 악역 이미지로 탄생된 것 같다.”

― 고선웅 연출은 배우한테 어떠한 연기 스타일을 요구하나.

“마방진 작품에는 놀이성도 있고 연출의 다양한 색들이 입혀져 있죠. 이번 작품은 배우의 ‘말’과 디테일한 연기를 많이 강조했는데 작품의 특징을 잘 잡았다고 생각 돼요. 연출님을 신뢰할 수 있는 연출가라고 생각 되는 게 ‘연기를 했을 때 과하다 싶으면 덜어내 주시고 미흡한 지점은 발전시켜’ 주세요. 무대에서 배우 각자 연기가 표현 되고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 배우들 연기가 무대에서 조화롭게 배치되면서 작품 전체가 살아나고 배우들도 돋보이니까요. 연출님을 신뢰 할 수 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배우의 ‘말’을 중심으로 연출은 디렉션을 한다고 했는데, 연출이 요구하는 특별한 말투는.

“이번 작품은 마부인 이 연극적인 장치에 기댈 곳이 없었어요. 배우가 숨을 곳이 없는 거죠. 그래서 말을 단순하게 잘 한다기 보다는 말의 의미와 의도를 배우가 정확하게 무대에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죠. 극단 마방진의 색깔이 있는데요.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지 않으세요. 연극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무대의 말도 연극성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요. 연극은 연극으로 무대에서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두 가지를 배합해서 표현해야 하는데 배우의 연기를 잘 포착해 내시고 무대가 그려지면서 배우도 살아나는 것 같아요.”


―마부인은 사악(邪惡)한 악인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느껴지셨다면 마부인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악인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부인도 남편 마원을 사랑해서 결혼한 여자잖아요. 700년 전 희곡이지만 남편이 첩을 들이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마부인은 질투와 불안한 심리적인 변화가 내면으로 흐르죠. 현대적으로 보면 남편이 돈으로 바람을 피우고 본부인이 있는데도 함께 사는데 좋을 수는 없잖아요. 남편이 해랑이를 더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마부인도 형사와 바람을 피우게 되고 결국에는 두 사람이 남편을 독살할 계획을 꾸며요. 남편이 죽고 나서는 아이에 대한 소유와 물질에 대한 욕망이 커지죠. 재판에서 보이는 아이에 대한 집착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남편의 재산을 차지하려는 욕망도 있지만 아이가 없는 여자로서의 연민도 있거든요. 하지만 자신의 아이가 아닌데 뺏으려고 하는 비뚤어진 욕망의 악인이죠. 이런 감정들은 상황에 집중해 놀이처럼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면서 마부인의 캐릭터가 풀어졌던 거라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인물도 무대에서 잘 드러난 것 같고요. 작품이 말 중심의 연극일 수 있는데, 말과 독특한 움직임을 통해 극과 인물의 언어로 무대에서 잘 그려졌다고 생각해요.”

― 캐릭터가 잘 드러난 장면이라고 할까요.

“마 부인이 조영사 한테 독약을 준비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부터 해랑이 오빠가 나타나면서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탕국에 독액을 타서 남편을 독살시키고 해랑이를 내치는 장면들이죠. 그 앞에 만들어낸 이야기들이 작품을 긴장감 있게 몰고 가게 돼요.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야기들을 굴리는 작업들이 재미있었고요. 에너지를 많이 쓰는 장면은 포대제와의 재판 장면이에요. 등장하기 전에 막 뒤에서 기(氣) 싸움을 위해 드링크제 같은 것을 먹고 들어가요(웃음) 싸워야 하니까요. 전체적으로 마부인 캐릭터는 움직임이 많은 연기를 했거든요. 그 움직임 안에 말과 정서가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야 했고요. 울고 있다가도 걸을 때는 감정과는 전혀 다른 인물의 심리가 표현되는 여자여서 그것을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연기화 시키는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아요.”

― 극중 인물로 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모든 인물에는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고 생각돼요. 그 인물의 이야기와 마음은 역할을 맡은 배우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되거든요. 그 인물의 이야기를 잘 꺼내서 세상에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것을 통해 그 인물로 대변되는 사람들이 상처와 아픔을 위로 받을 수 있도록 연기하고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할까요. 배우만이 할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죠.”


| 극단 마방진은 ‘연극의 본질’을 추구하죠.

―극단 마방진 극단의 스타일은.

“연극의 본질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연극만이 갖는 연극성을 무대에서 전달시키려고 집요하게 파고들고 놓치지 않으시죠. 두 번째는 마방진 하면 놀이정신일 수 있고요. 세 번째는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강조 하시는데 배우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연기의 기세와 기백이 생기고 연기에도 윤기가 난다고 말씀하세요. 그런 사랑과 감사의 정신이 극단 분위기에도 많이 흐르고 넘치는 것 같아요. 극단의 공동체의 기운으로요.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우리극단의 스타일로 형성된 것 같고요. 개방적인 극단이에요. 연극을 만드는 형식들이 제 연기와 인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연기를 했고 고비가 있을 때 마다 그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회란기>에서 배우들은 대사 문장 구조를 위로 쳐서 말하고 관객을 향해 발화되는 구조로 리듬과 운율을 만들어 곡조를 형성시키고 극 중 인물의 내면과 상황을 객관화 한다. 감정이 사실적이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상태는 구체적으로 전달되는 식이다. 우리말은 끝말의 변화와 어미 처리에 감정 폭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말의 구조는 감정보다는 인물의 상태를 객관화 해 관객에서 전달된다.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 식이다. 극 중 인물 간의 대화도 쳐서 올리고 감정을 넣기보다는 상황과 인물의 상태와 마음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끊기와 대화의 사이 폭을 줄여 말위 운율과 리듬의 경쾌함을 형성한다. 우리말은 감정 중심이라고 한다면 <회란기>의 대사는 인물의 마음과 생각을 전달하는 구조다. 말이 차가우면서도 중국 성조 언어의 특유함을 고선웅 연출은 우리 무대 말로 살려내고 있다. 이 말이 무대에서 살아나니 중국 고전이 무겁지 않고 정·중·동의 운율과 리듬감으로 무대는 파동 된다. 신파극처럼 흐르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박자를 생산해 내고 있었다.

―중국 고전 작품에서 배우들이 탈 일상적으로 대사를 쉼 없이 말하는 ‘통으로 말하기’ 화술이 눈길을 끌었다.

“오히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야기 할 때 배우의 호흡처럼 연기적인 화술을 쓰지 않죠. 오히려 우리 극단 화법이 일상 언어와 가깝다고 할까요. 무대에서 쓰는 연기는 포즈가 많고 호흡이 들어가 감정이 과할 수 있잖아요. 아무 생각 안하고 말 할 때 감정을 덜고 말하잖아요. (그녀가 대사를 한다) 중요한 순간만 포즈를 두고, 말을 뱉어 내는데 연기할 때는 느끼고 말하고, 느끼고 말하면 감정이 과잉 되고 표현도 과장됩니다. 그런 면에서 일상의 말투가 우리 극단의 말과 더 가깝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일상의 언어도 다양하다. 때로는 쉬고 말하고 어느 상황에서는 빠르게 말하기도 한다. 호흡을 하지 않고 수다스럽게 통으로 말하는 것도 일상의 특징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마방진 배우의 말이 구체적으로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말의 의미를 자기식대로 표현해서 마방진 스타일이 된 것 같다. 감정을 덜어내고 말을 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전달시키게 되는데, 오히려 그 감정을 잘 들어내게 되고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쉽게 바꿔주는 지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연출님은 그것을 잘 포착해서 무대에서 작품을 잘 표현해내는 연출가라고 생각해요.”


―극단 마방진의 연기 매소드는.

“우리 극단에서는 마방진 매소드라는 말은 잘 안 쓰거든요. 스타일은 있어요. 극단에 들어오기 전에 경험을 하고 들어와서 느낀 것이 있다면 작품마다 다르지만, 대사 템포감이 빨랐고 호흡을 많이 쓰지 않고 말을 펴서 전달해요. 이런 방식이 다르다고 느껴졌고요. 이 방식으로 대사를 하려면 많이 외워야 해요. 느끼고 말하고 쉬고 대사를 하면 연기가 과해 지기 때문에 우리 극단이 쓰는 무대의 화술이 연극적인 일상 언어가 아닐까 생각해요.”

―극단 마방진 배우가 느끼는 고선웅은 어떤 연출가인가.

“인복(人福)이 진짜로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시대에 난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좋은 연출가는 많은데 그 사람의 인성으로 무대에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멘토가 될 수 있는 연출가에요 인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죠. 사랑이 정말 많으세요. 때로는 마초 적이면서도 자기 표현도 거침이 없으신데 사랑과 진심으로 전달되니까 극단의 작품으로 그 열기가 모여지는 것 같아요. 극단 마방진 배우라는 자부심을 느끼죠.”

―배우한테 중요한 것은.

“체력과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춤, 노래를 배우면 표현력은 좋아질 수 있는데 체력이 좋지 않으면 연출자가 원하는 배우의 소리가 극중 인물로서 명확하게 전달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에는 정신적인 근력(筋力)인 것 같아요. 배우가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연기로 전달시키려면 정신력이 있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배우의 진심과 의지가 중요하죠. 말을 잘 못하고 연기 테크닉이 부족해도 표현하려는 본질을 이해하고 전달 의지가 있다면 되는 것 같아요. 이 모든 것들이 모이면 결국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인 것 같아요. 배우가 인간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나한테 온 인물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인물의 영혼을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이죠. 매력적인 인물로 보여서 관객들이 위로 받을 수 있도록 연기를 하고 싶죠.”

― 인물의 영혼을 치유하고 관객이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배우의 연기가 자유롭게 느껴져야 할텐데.

“인물들을 표현할 때 더 자유로 워 지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소극적인 성격일 수 있는데 인물을 만날 때는 그 인물을 표상하는데 몸과 말을 써서 최선을 다해요.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는 용감하고 거침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주어진 역할로 누군가를 위로 할 수 있는 배우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이미지는 평범한데 주어진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공연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인물을 연기한 배우로 모를 정도로 평범한 얼굴이라고 생각해요. 좀 소극적인 성격인데 무대에서는 180도 달라지는 배우예요. 앞으로 배우의 색깔을 분명하게 만들고 싶어요. 장점은 인물을 표현하는 스텍트럼이 넓은 것 같고요.(웃음) 무대에서 에너지가 있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고요. 앞으로 더 배우답게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극단 마방진은 배우에게 어떤 곳인가.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최고의 놀이터죠. 마방진은 최고의 연극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분업화 되어 있어요. 고강민 대표님 중심으로 기획과 운영을 하고 연출님을 주축으로 작품과 공연을 만들어요. 배우는 무대에서 플레이만 잘 하고 주어진 무대에서 잘 놀이만 하면 됩니다. 우리극단 만큼 배우들한테 최고의 놀이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일어나면 필사를 하고 둘레 길을 걷고 뛰면서 자기 수련을 한다. 명언이나 좋은 글들을 30분 정도 쓰면서 마음을 다지고 비워내는 연습을 한다. 외국 연출자와 <머더 미스터리>라는 즉흥극 작품을 할 때부터 생긴 습관이다. 연극은 매일 관객이 주는 장소와 단서만으로 현장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즉흥 추리극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 언어 습관이 다 튀어 나오는 거예요. 그래도 작품을 많이 한 배우인데 하루하루 사시나무 떨 듯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생겼는데 그때부터 명상의 개념으로 필사를 하게 됐어요. 명상의 핵심은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겁니다. 무상(無相)의 상태가 되는 게 명상인데 매일 등산을 하고 필사를 하면서 마음과 감정을 절제하게 되었고 공연도 무사히 해냈어요.” 배우 박주연은 치열하게 노력하고 연습해 연극과 영화 드라마에서는 평범한 얼굴로 수 천 가지 표정과 내면으로 인물을 그려내는 배우다.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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