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7일째…“ILO협약 이행의지 시험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주최로 화물연대 총파업 지지 시민·사회단체 대정부 대화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이 일주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간 교섭은 난항을 겪고 있다. 주말 동안 이어진 3, 4차 교섭은 연달아 막판 결렬됐고, 13일에는 양측의 대화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에 화물연대 파업 상황을 전달하며 ‘긴급 개입’을 요청한 민주노총은 “한국 정부의 ILO 협약 이행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13일 화물연대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와의 4차 교섭은 오후 2시에 시작해 오후 10시30분까지 8시간 넘게 진행됐다. 당시 화물연대와 국토부, 국민의힘, 화주단체는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을 약속한다’는 잠정안까지 합의했으나 국민의힘이 돌연 합의를 번복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이 화물연대 측 설명이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11일 3차 교섭에서도 10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화물연대는 “3, 4차 교섭 연속해서 논의가 진전되고 합의를 앞둔 시점에 뒤집고 번복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국토부가 대화를 통해 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이 확인됐으며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질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강력한 투쟁으로 무기한 총파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4차 교섭 결렬에 대해 사죄하고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ILO가 이번 총회에서 ‘노동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 노동기본권 포함과 155호, 187호 기본협약 채택’을 결의했다”고 짚으며 “이번 화물연대와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이 이번 채택과 맞닿아있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핵심 사안인 안전운임제가 과적·과속·과로로 인한 화물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시킬뿐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의 노동기본권과도 연결돼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이어 “화물연대·화물 노동자의 투쟁과 이에 대한 대응은 향후 한국 정부가 ILO 협약 이행의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12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과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권현구 기자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0일 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ILO 87·98호 협약에 따른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어 ILO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 발효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 ILO 87·98호 협약은 각각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과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규정한다. 민주노총은 화물 노동자가 특고라는 이유로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이 협약들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ILO 사무국은 노동 현안에 대해 비공식 개입 요청이 오면 해당 국가 정부에 통보해 ILO 원칙을 제시하고, 정부의 입장을 요청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교섭이 계속 결렬되고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사태가 심각해져 긴급개입을 요청한 것”이라며 “ILO에서도 서둘러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ILO 87·98호 협약 발효 이후 긴급개입을 요청한 것은 화물연대 파업 사례가 처음이다. 민주노총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는 이날 자료를 통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ILO 87·98호 협약 발효 이후 결사의 자유 침해가 다투어지는 첫 번째 사건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0차 ILO 총회에 참석해 “한국은 지난해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에 관한 3개의 기본 협약을 비준했고, 이 협약들은 올해 4월부터 효력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한국 정부는 노사와 긴밀히 소통해 협약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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