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눈치보는 ‘한국 훈장’…광주 시민단체 규탄 성명

양금덕 할머니 인권상 훈장 무산에 분노
일제강제시민모임 굴욕외교 주장


“국내 인권상 주는 데 일본의 눈치를 봐야 합니까? 국가인권위가 추천한 인권상을 행정안전부가 국무회의 절차에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는 초유의 상황과 굴욕외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광주 시민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8일 양금덕(93) 할머니의 인권상·훈장 수여가 무산된 데 대해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며 “일본의 사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면 인권위 심사를 거쳐 최종 추천 대상자로 양금덕(93) 할머니에게 인권상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성명서에서 “인권위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에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양 할머니를 추천했지만, 행정안전부가 국무회의에 안건 상정을 하지 않아 최종 무산됐다”며 “심사를 거쳐 확정된 인권상 대상자가 국무회의 절차를 거치지 못해 수상이 무산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인권위 인권상은 인권옹호와 인권 발전에 뚜렷한 공적이 있는 인사에게 시상하는 인권 분야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고 있다”며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중 ‘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된 양 할머니는 1992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올해 꼭 30년 동안 일제 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에 이바지해 온 대표적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이 법원의 배상 명령을 4년 넘도록 이행하지 않으면서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 문제를 두고 한·일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인권상과 훈장 수여가 무산되는 과정에 외교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의견을 제출해 인권상 수상 무산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추천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양 할머니의 인권상과 국민훈장 수상을 문자 통보한 바 있다.

문자는 ‘귀하(양금덕 할머니)께서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훈격: 국민훈장 모란장 예정)로 결정되셨음을 알려드리오며,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만 국민훈장의 경우, 현재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어, 공문 송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7월 26일 미쓰비시중공업 한국 내 자산(특허권, 상표권) 특별현금화 명령 재항고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사실상 판결 보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인권상과 훈장 수여 무산은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 윤석열 정부의 대일 기조에 따른 정치적·외교적 고려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비위 상할 민감한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굴욕외교”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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