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 中 14억 인구 활기…“보건체계 붕괴” 경고도

“코로나 걸리는 건 시간 문제” 우려 확산
불안한 주민들, 방역 물품·의약품 사재기
CNN “겨울철 방역 완화, 타이밍 나쁘다”

중국 정부가 고강도 방역 조치를 완화한 8일(현지시간) 베이징의 한 약국 앞에 시민들이 줄지어 있다. 베이징과 광둥성 광저우 등에서는 방역 물품과 의약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중국에서 곧 닥쳐올 감염자 폭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고강도 방역을 해제하면서 3년 만에 일상 회복의 첫발을 뗐지만 중국의 의료 체계가 제로 코로나 이후를 감당할 준비가 됐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날 상시적인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폐지하고 코로나19 감염자의 자가격리를 허용하는 내용의 제로 코로나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AP연합뉴스

8일 베이징 번화가인 왕푸징과 싼리툰 거리는 식당과 상점 등이 다시 문을 열고 사람들이 오가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베이징 서역 등 기차역에선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 절차 없이 출구를 통과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됐던 PCR 상설 검사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고 방역 요원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검사를 받지 말라”고 당부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다음 달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 항공편 검색량은 최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드디어 마음 편하게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중국 정부가 전날 상시적인 PCR 검사를 폐지하고 코로나19 감염자의 자가 격리를 허용하는 내용의 방역 최적화 조치를 발표한 뒤 나타난 변화다.

중국 베이징의 방역 요원들이 8일 입주민이 자가 격리 중인 건물을 둘러보기 전 보호 장비를 지급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일상 회복의 기쁨과 동시에 감염자 폭증이 불러올 혼란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중국 당국이 백지 시위가 벌어진 지 열흘 만에 전격적으로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이후 상황에 대해선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주민은 “이제 코로나에 걸리는 건 시간 문제이고 방역과 치료는 전적으로 자기 책임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차역 등의 직원들은 전신 방호복과 N95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근무를 섰고 일부 승객들은 방역 가운을 입거나 투명 고글을 썼다.

중국 관변 학자도 인구의 최대 90%가 코로나에 감염될 것으로 내다봤다. 펑즈젠 전 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지난 6일 ‘오미크론 변이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어떤 정책을 쓰든 중국 인구의 60%가 코로나에 감염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80~90%까지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상하이 푸단대 연구진은 지난 5월 네이처 메디신 저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규제가 풀리고 항바이러스제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면 6개월 만에 150만명의 중국인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의 시첸 부교수는 CNN에 “중국은 하필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에 방역 조치를 풀었다”며 “타이밍이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의료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취약 계층인 중국 80세 이상 인구(약 3600만명)의 백신 1차 접종률은 76%, 부스터 샷 접종률은 40%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 10만명 당 중환자실은 25개지만 중국은 4개 미만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고령층 대다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국가의 방역 보호망이 사라져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