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30대 남성 운전자가 9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당초 적용하지 않았던 ‘뺑소니’(도주치사) 혐의가 추가 적용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30대 남성 A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뺑소니)·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A씨는 오전 7시50분쯤 강남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언론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색 롱패딩 점퍼를 입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A씨는 ‘뺑소니 혐의를 인정하느냐’, ‘왜 직접 신고하지 않았느냐’ 등의 쏟아지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대기하고 있던 호송 차량에 탑승했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5시쯤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강남구 청담동 한 초등학교 후문 인근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3학년 B군(9)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경찰은 지난 3일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뺑소니 혐의는 넣지 않았다. 특가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만 적용했다. A씨가 사고 현장에서 21ｍ 떨어진 자택에 주차한 뒤 약 40초 만에 현장에 돌아간 점, 이후 인근 꽃집 주인에게 신고해달라고 요청한 점 등을 종합해 A씨에게 도망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하면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전 집에서 맥주 1~2잔을 마신 채 차를 몰고 나갔다”고 말했으며 “당시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현장 이탈을 하지 않았고, 출동한 경찰관과 주변 시민들이 A씨가 운전했다는 사실을 아는 상황이었기에 도주로 볼 수 없다”고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유족 측은 A씨가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뺑소니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A씨를 엄벌해달라는 3000명의 탄원서를 모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사고 현장 CCTV 분석, 피의자와 목격자 진술 등에 기반한 추가 조사와 법률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전날 뒤늦게 뺑소니 혐의를 추가했다.

경찰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년 중 사고가 난 초등학교 후문 인근에 단속용 무인 카메라와 서행 통과를 알리는 적색 점멸등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근 도로에 건널목을 추가하고 기존에 있던 과속방지턱도 높이기로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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