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1순위’ 만삭 유기견이 8남매를 낳았습니다 [개st하우스]

제주도에서 임신 초기에 발견된 리트리버
구조된 뒤 파주서 8남매 낳고 입양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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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유기견보호소에서 안락사를 앞뒀던 리트리버 브리가 구조된 뒤 8마리 새끼를 무사히 출산한 모습. 브리를 구조한 것은 경기도 파주의 동물구조단체 리트리버레스큐였다. 리트리버레스큐 제공

“배에 복수가 가득 찬 암컷 리트리버를 구조했는데 구조 2주 만에 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았어요. 장애견을 구한 적은 있지만 모견의 출산을 도운 건 처음이었거든요. 주먹만 한 꼬물이들이 한 마리씩 양수막을 찢고 나올 때마다 너무 신기하고 소중했어요. 3시간 넘는 출산으로 녹초가 된 어미가 새끼들을 핥고 일일이 젖을 물리는데 참 대견하더군요.”
-리트리버레스큐 운영진, 설구아빠(가명)님

갓 태어난 강아지는 귀엽습니다. 눈도 뜨지 못한 꼬물이들이 없는 힘까지 쥐어짜 어미 젖에 매달리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하죠. 하지만 부족한 후원금을 쪼개 동물을 구조하는 시민단체 처지에 유기견의 출산은 축복이 아니라 비극에 가깝습니다. 자견의 출산과 돌봄, 입양까지 체계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동물단체는 국내에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임신한 모견은 방치되거나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시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한 어미 리트리버 브리도 안락사 대기명단에 올랐습니다. 임신한 대형견을 감당할 수 없어 모두가 난감해하던 그때, 브리를 구조하기 위해 제주행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리트리버를 구하기 위해 전국 어디든 달려가는 시민단체, 경기도 파주의 리트리버레스큐(레스큐)였죠.



안락사 집행률 59%…제주보호소서 발견된 브리

암컷 리트리버 브리는 지난 8월 제주시 유기견센터에 입소했습니다. 브리는 임신한 상태였지만 당시는 초음파 검사로도 태동이 발견되지 않는 임신 20일 미만 초기(개의 평균 임신기간은 62일)여서 알아챈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복부에 물이 차오르고 빈혈 수치가 높게 나오는 등 치사율 높은 급성 빈혈증 ‘바베시아’ 의심증상을 보였습니다.

하필 브리가 입소한 제주시보호소는 안락사 집행률이 59%로, 전국 57개 시보호소 가운데 가장 높은 곳이었죠. 2021년 제주시보호소에 입소한 유기견은 4500여마리. 수용 규모가 300마리 정도인데 10배 넘게 입소한 셈입니다. 보호소 직원들이 안락사 집행일을 미루며 입양홍보에 나서도 최종 입양률은 23% 수준에 머물렀어요. 결국 대다수 입소견들은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죠. 이런 상황이니 입양률이 낮은 대형견에 바베시아까지 의심되는 브리는 곧장 안락사 대기명단에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시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리트리버 브리 모습. 입소 당시 복수가 차오르고 빈혈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리트리버레스큐 제공

다행히 브리의 딱한 사정을 제보받은 시민단체가 있었습니다. 파주의 레스큐였습니다. 레스큐 측은 비행기를 타고 왕복 1200㎞를 날아가 즉각 브리를 파주로 이송했습니다. 운영진 설구아빠는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국내에서는 입양길이 끊긴 리트리버들을 구조하려고 단체를 만들었다”며 “위기의 리트리버를 구할 수 있다면 울릉도라도 달려갈 수 있고 완치될 수 있다면 수천만원의 치료비도 감당한다”고 설명합니다.

뒤늦게 발견된 8남매…힘겨웠던 출산

파주에 도착한 브리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동물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 결과 브리의 뱃속에서 9마리나 되는 태아가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파주로 넘어올 당시에는 임신 40일을 넘겨 브리의 임신 여부를 알게 된 것이죠.

레스큐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만삭의 모견이 안정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방을 제공하고, 언제 시작될지 모를 출산을 도와줄 헌신적인 봉사자를 찾아야 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죠. 결국 신청자를 구하지 못한 단체는 운영진 설구아빠의 집에서 브리를 돌보기로 결정합니다. 출산일에는 인근에 거주하는 회원 2명이 돕기로 했습니다.

지난 9월 16일, 브리가 복통으로 낑낑거렸습니다. 임시보호 14일차 되던 날 출산이 시작된 겁니다. 설구아빠와 레스큐 회원 2명은 위생장갑과 담요를 챙겨 브리의 곁에 모였습니다. 오후 11시가 되자 브리의 다리 사이로 주먹 크기의 양수 주머니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모견이 입으로 주머니를 찢자 뜨거운 양수와 함께 새끼들이 쏟아져 나와 ‘낑낑’ 숨을 몰아쉬었죠. 봉사자들은 젖은 몸을 닦은 뒤 퍼피들을 차례로 어미개의 품에 안겨줬습니다.

모견 브리가 3시간 넘는 산통 끝에 8마리를 출산할 당시 모습. 리트리버레스큐 제공

설구아빠는 “밤 11시 시작된 출산은 새벽 2시가 넘어서 끝났다. 녹초가 된 어미가 새끼들을 핥고 젖을 물려주는 모습은 경이로웠다”고 전합니다. 이날 출산으로 총 9마리의 리트리버가 태어났습니다. 다만 여섯째 강아지는 양수 주머니가 미리 터지는 바람에 질식한 채 태어났고, 봉사자가 인공호흡을 해줬으나 숨이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이렇게 보호소에서 심정지 주사를 맞고 쓸쓸히 생을 마감했을 만삭의 모견와 여덟 남매는 리트리버레스큐의 도움으로 견생 2막을 열게 됐습니다.


동호회에서 구조단체로…입양률 100% 비결은?

국내에는 특정 견종을 애호하는 친목 모임에서 출발했으나 점차 유기, 학대 등 위기 상황에 놓인 개를 구조하고, 나아가 매년 수백 마리씩 피학대 동물을 구조하는 등 동호회 이상의 몫을 해내는 착한 시민단체들이 있습니다.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웰시코기를 구조하는 시민단체 코기러브, 버려진 페키니즈를 구하는 동호회 페키구조대 등이 앞서 '개st하우스'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시민단체 리트리버레스큐는 지난 2020년 창립한 신생 구조단체입니다. 리트리버 견주 10여명이 시보호소에서 안락사가 임박한 개체들을 구조해 국내외로 입양 보내는 활동을 하며 출발했죠. 지금은 회원수 2500명의 대형 시민단체로 성장했습니다. 활동반경도 넓어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불법 번식장이나 방치 및 학대현장에 출동해 견종을 가리지 않고 300마리나 되는 피학대견들을 구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레스큐의 가파른 성장세에는 두 가지 비결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동물단체와 협업입니다. 레스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트리버레스큐와 업무협약을 맺고, 구조한 피학대 동물의 90%를 미국으로 입양 보내고 있습니다. 레스큐 관계자는 “버려진 리트리버 중에는 근친교배로 뒷다리 고관절 장애나 시각 장애가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선 기피 대상이지만 미국에서는 비교적 순조롭게 입양된다”고 전합니다.

또 레스큐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회원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피학대 동물을 발견하고 구조, 치료하는 전 과정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해 구조활동에 필요한 재원과 봉사자를 실시간으로 모으는 방식입니다. 8월에 개설된 유튜브 채널 ‘리트리버 견생역전’은 4개월 만에 구독자 2만4000명을 돌파했습니다. 성장세에 발맞춰 레스큐의 연간 구조 및 입양성사 건수는 매년 30마리(2020년), 100마리(2021년), 300마리(2022년 현재)로 가파른 성장 추세입니다.

비록 리트리버 동호회에서 출발했지만 레스큐의 구조 대상은 리트리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레스큐에 따르면 올해 구조한 300마리 가운데 90여 마리는 제보현장에서 리트리버와 함께 발견된 믹스견입니다. 레스큐 관계자는 “학대 현장에는 리트리버 뿐만 아니라 믹스견도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당연히 함께 구조하며, 회원들도 믹스견을 위한 후원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목줄 교육도 척척, 리트리버 남매의 견생 2막

국민일보는 지난 4일 둘째 수성이와 여덟째 토성이가 지내는 경기도 용인의 임시보호처를 방문했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두 퍼피의 입양 교육을 도울 11년차 행동전문가 미애쌤도 동행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두 강아지와 함께 40㎏이 육박하는 골든두들 두 마리와 러시안블루 고양이가 취재진을 반겨줬습니다. 해외입양단체들은 다른 동물과 잘 교감하는 개를 선호하는데요. 온순한 성견이나 고양이와 공존하는 경험은 두 강아지의 해외 입양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수성이와 토성이는 아직 산책줄을 착용한 적이 없더군요. 미애쌤은 2단계의 산책줄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1단계로 두 견공이 목줄에 스스로 머리를 끼우면 칭찬하는 놀이를 수십 차례 반복해 착용에 성공했습니다. 퍼피들은 목줄의 감촉이 낯선지 제자리에 얼어붙더군요. 2단계로 목줄을 착용한 채 돌아다니도록 뒀는데 아직 보호자가 직접 줄을 당기지 않았습니다. 미애쌤은 “1, 2단계를 며칠 반복한 뒤 보호자가 산책줄을 잡아도 좋다. 그때는 간식을 점점 멀리 던져 퍼피들이 산책줄이 팽팽해지는 감각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리가 낳은 두 마리의 자견이 산책줄 교육을 받는 모습. 산책줄의 감촉을 익히고, 착용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과정이다. 용인=최민석 기자

모견 브리와 8남매는 전원 미국 및 국내 입양이 확정됐으며, 지금은 레스큐 회원들이 나눠서 임시보호를 하며 출국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성훈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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