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도, SNS서도 ‘중꺾마’… 밈화된 희망의 언어

지쳤던 국민들 마음 녹여낸 축구대표팀 서사
희망과용기의 구호된 ‘중꺾마’ 온라인서 확산

지난 3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라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있는 국가대표팀 선수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전달한 메시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온라인 공간에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화되고 있다. 대표팀이 극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 태극기에 적은 이 문구가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며 희망의 언어가 된 모양새다. SNS에서는 문구를 줄여 ‘중꺾마’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다수 게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중꺾마’는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다. 매일 아침 헬스장에서 운동한다고 소개한 누리꾼 A씨는 SNS에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날씨도 춥고 너무 피곤해서 오늘 하루 쉴까 고민을 했지만 결국 헬스장에 출석했다”고 적으면서 중꺾마를 해시태그로 달았다.

누리꾼 B씨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소속 부서 상사와 갈등을 겪은 일화를 적으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겠나. 여러분들 모두 중꺾마!”라도 썼다.

강원도의 육군 모 전방사단에서 복무 중인 장병이라고 밝힌 누리꾼 C씨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사회에서 보는 첫눈은 아름답지만 군대에서 보는 눈은 제설 작업할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며 “그래도 이 시간 복무 중인 모든 장병분 중꺾마”라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공시생)’의 회원 D씨는 “사실상 기약 없는 공시 준비를 시작했다. 인터넷 강의를 결제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하려 하니 걱정부터 앞선다”는 하소연을 했는데 이를 본 다른 회원은 “중꺾마”라고 화답했다.

누리꾼 E씨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월드컵을 보며 고된 시련과 험난한 도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며 “모두가 안 될 것이라 해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이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세상만사 중꺾마 아니겠는가”라고 언급했다.

모두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불굴의 정신을 드러낸 사례들이다. 취업과 공부, 다이어트 등 개인적인 도전을 이어가는 시민들은 카카오톡 개인 상태 메시지에 잇따라 ‘중꺾마’ ‘꺾이지 않은 마음’을 적어놓으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중꺾마는 정치권과 기업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기자로부터 “‘삼성생명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 같냐’는 질문을 받고 ”끝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여러 의견과 우려를 잘 반영해가면서 이 법을 꼭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카카오톡 주문하기’ 알림톡에 ‘꺾이지 않는 주문’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도 카카오톡 알림톡에 ‘꺾이지 않는 할인’이라는 문구를 넣어 할인 행사를 했다.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대업을 이뤄낸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파울루 벤투 감독이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가진 환영행사에서 다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 문구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임단 ‘DRX’의 주장 데프트(본명 김혁규)가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뒤 한 인터뷰 기사에서 유래됐다. 베테랑 프로게이머인 그가 약체 팀을 이끌고 우승하자 감동을 받은 게이머들과 팬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그러다 지난 3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직후 선수들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적힌 태극기를 관중석에서 건네받아 펼쳐 든 모습이 중계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주장 손흥민은 귀국 인터뷰에서 중꺾마를 언급하면서 “정말 멋진 말이다. (그 말이) 선수들에게 정말 큰 영향을 줬다. 선수들, 우리 팀, 국민들도 인생에 있어 꺾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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