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대화 채널 개시 앞두고 불안한 공정위? [스토리텔링경제]

검찰·공정위, 전속고발제 폐지 등 둘러싸고 오랫동안 갈등
공정위 정책·조사 분리, ‘힘빼기’ 포석 아니냐는 관측도


2018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실무협의체가 부활하면서 향후 논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논의 핵심은 한때 존폐 기로에 놓였던 전속고발제도의 보완 방안이다. 아직 양 기관이 상견례 이후 본격적인 협의에는 돌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묘한 긴장감만이 감돌고 있다.

양 기관은 전속고발제 폐지 등 이슈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벌여왔던 지난한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관계 정립을 해나가야 된다는 것에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실무협의체에 임하는 양 기관의 자세는 미묘하게 다르다. 공정위 내에서는 검찰 출신인 윤석열 정권에서 ‘공정위 힘 빼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공정위 간 해묵은 갈등의 역사

검찰과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유지 필요성 등을 두고 오랜 기간 신경전을 벌여왔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불공정행위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과도한 형사처벌에 따른 기업 활동 위축을 막고자 마련됐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있어왔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할 경우 기업의 ‘방패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이 공정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 마디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이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도 담합 등 경쟁 사건 조사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된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검찰이 퇴임 후를 대비하기 위해 공정위 사건을 넘보는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은 경제 사건까지 영역을 단숨에 확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전속고발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하다가 2020년 말 ‘유지’로 선회했다. 전속고발제 폐지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은 양 기관의 갈등이 절정에 다다랐던 시점이다. 검찰이 돌연 공정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비리 혐의로 공정위 직원 12명을 기소한 것이다. 당시 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은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저서 ‘전속고발 수난시대’에서 “전속고발제 폐지 관련 협의는 공정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공포 속에서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전속고발제 폐지는 전 정권에서 ‘윤석열-한동훈 라인’이 줄곧 챙겨왔던 사안이다. 공교롭게 지금은 이들이 각각 대통령과 정권 실세 자리에 앉게 됐다. 물론 ‘친기업 기조’의 윤석열정부가 고심 끝에 전속고발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윤 대통령의 공정위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한 정부 관계자는 11일 “대통령실에서 지금 공정위에 요구하는 조직 개편·조사절차 개선·기록물 보존 관리 강화 등 내용을 보면, 공정위를 ‘한 수 아래’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실무 협의체 논의 향방? 불안한 공정위

윤석열정부에서 공정위의 위상은 문재인정부 때와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졌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했던 전 정부는 첫 장관급 인선으로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임명했고, 이후 김 위원장은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공정위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다.

이는 검찰과 실무협의체 가동을 앞두고 공정위가 내심 불안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협의 채널에서 논의될 주요 안건은 전속고발권 보완 방안이다.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략적인 의제는 정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담합 관련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감경제도) 기업 관련 내용, 미고발 사건 관련 내용, 공소시효 임박 사건 등 정보 공유 범위를 얼마나 넓힐 것인지가 핵심이다. 전원회의 안건 상정 전에 심사보고서 자료 등을 공유하는 방안도 인수위에서 논의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인수위 시절에는 대략적인 개요만 정했고, 디테일한 부분들은 실무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지금으로서는 전혀 논의의 향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내에서는 현 시점에서 검찰과의 대화 채널을 연다면 공정위로서 잃을 게 더 많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원론적으로는 불공정 거래 행위 관련 부처 간 소통을 강화해 나가는 방향이 맞지만, 검찰 측의 ‘진의’를 모른다는 것이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어떤 사람이든, 기관이든 자기 업역을 일부 내주는 것에 대한 방어본능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검찰과의 정보 공유 확대를 계기로 의무고발 요청 권한을 가진 중소벤처기업부 등 다른 기관에서도 공정위 측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향후 진행될 논의 방향성과 관련해 검찰과 공정위 간 미묘한 시각차도 감지된다. 검찰은 2018년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나온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이 향후 실무협의체 협의의 기준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입장인데, 공정위에서는 “전속고발제는 유지하기로 결정이 났기 때문에 그때와 지금의 전제 자체가 틀리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사 기능과 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 방안을 두고도 흉흉한 소문이 돈다. 미국처럼 카르텔(담합) 등 중요사건은 법무부(검찰)가 담당하고, 공정위는 정책 기능 위주로 가는 ‘공정위 힘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법무부 소관의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포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조사 기능을 관할할 1급 직위가 신설될 경우 해당 자리에 검찰 출신이 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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