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차이나 머니’ 앞세워 중동에 손짓…“대만 독립 반대” 호응

사우디 순방 나흘 동안 17개국과 연쇄 회담
에너지 공급선 확보하며 ‘달러패권'에 균열 시도
3년 외교 공백 메우듯 몰아치기 정상회담

지난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랍 국가 정상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신화통신 홈페이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나흘 동안 17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우호 관계를 다졌다. 시 주석은 이들 국가로부터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수입하고 저탄소 에너지 개발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손짓하면서 위안화 결제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낸 시도로 평가된다.

1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8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 왕궁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 팔레스타인, 쿠웨이트, 수단 지도자를 잇따라 만났다. 9일에는 이라크, 카타르, 바레인, 오만, 레바논 등 12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양자 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에너지 수입 확대, 중국 기업의 현지 진출, 금융·신기술·항공우주 분야에서의 파트너십 강화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시 주석은 이날 열린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 연설에서 “지난 10년 동안 중국과 아랍 국가의 교역액은 3000억 달러(391조8000억원)를 넘어섰으며 아랍 국가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는 230억 달러로 2.6배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아랍 국가들이 자국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을 자주적으로 모색하고 국가 주권, 영토 보전, 민족 존엄을 수호하는 것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정상회의 결과물로 발표된 리야드 선언에는 양측의 전면적인 협력 강화와 함께 ‘아랍 국가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준수하고 모든 형태의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홍콩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와 관련된 문제에서 정치적 협의와 상호 지원을 유지하고 국제 문제에 대한 단결을 강화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시 주석은 강력한 구매력과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세를 규합하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대만 문제에서 지지를 얻어낸 셈이다.

시 주석은 같은 날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선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석유 및 가스 개발, 청정 저탄소 에너지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무역 결제에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회담하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 주석은 아랍의 맹주 사우디와는 에너지, 정보통신, 인프라를 망라하는 30개 이상의 협약을 체결했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양국이 체결한 무역 협정 규모가 292억6000만 달러(약 38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3박 4일 순방 일정을 마치고 11일 귀국했다.

지난 10월 집권 3기를 시작한 시 주석은 다자 회의 계기에 몰아치듯 양자 회담을 하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3년의 외교 공백을 메우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19개국과 정상회담을 했다. 또 베트남, 라오스,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를 베이징으로 초청해 회담하며 협력 관계를 다졌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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