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취재 중 숨진 미국 기자 취재석에 놓인 사진과 꽃

알바이트 스타디움 미디어 트리뷴에 놓인 그랜트 월의 사진과 꽃. 연합뉴스

미국 저명한 축구기자가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취재석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진 가운데 그에 대한 추모가 현장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11일(한국시간)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월드컵 9강전이 열린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 미디어 트리뷴(취재석) 한 곳에는 전날 취재하다 쓰러져 숨진 그랜드 월(48)의 사진과 꽃다발이 놓여있다. 월은 전날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의 8강전 취재 중 연장전이 진행될 때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생애 여덟 번째 월드컵을 취재하던 그는 격무에 시달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은 숨지기 전 자신의 웹사이트에 “몸이 고장 난 거 같다. 3주간 수면 시간이 부족한데 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일만 했다”며 “열흘 간 감기가 걸렸고 16강 미국-네덜란드전이 열린 날(4일) 증세가 심해졌다. 가슴 윗부분에 강한 압박과 불편함이 느껴진다”는 글을 썼다.

지난달 22일 무지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그랜트 월. 연합뉴스

잉글랜드-프랑스 경기 시작 전 알바이트 스타디움 전광판에 뜬 월의 사진. 연합뉴스

다만 월 기자의 형제는 살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월은 건강했다. 그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 난 내 형제가 그냥 죽었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경기장에 동성애자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는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입장하려다 저지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미디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취재석 사진과 함께 “오늘 밤 알바이트 스타디움의 지정된 좌석에서 월을 추모한다. 그는 여기 있었어야 했다”고 밝혔다. 월드컵을 취재하는 취재진은 모두 FIFA의 전용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경기의 취재석을 직접 신청해야 하고 배정된 자리에 앉게 되는데, 사진과 꽃이 놓인 곳은 이날 월에게 배정된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와 프랑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그에 대한 추모 의식도 진행됐다. 알바이트 스타디움 내 전광판에는 월의 사진이 등장했고 안내 방송 이후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SNS에는 추모 메시지도 이어졌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는 트위터에 “당신은 나와 내 가족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당신에게 정말 감사하다. 훌륭한 사람이자 기자였다”고 애도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인 타일러 애덤스(리즈 유나이티드)도 팀을 대표해 깊은 조의를 표한다는 글을 올렸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성명을 통해 “고인의 축구 사랑은 엄청났다. 국제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그의 기사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월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축구와 대학 농구 등을 주로 취재했으며, 2020년 SI를 퇴사한 뒤에는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으로 구독자들과 교류해왔다.

SI 기자 시절인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에서의 체험을 ‘한국에서 보내는 러브 레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을 ‘명예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불러도 좋다면서 한국 대표팀이 4강까지 올라간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장 안팎에서 놀라운 일이 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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