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왜 했나, 우린 들러린가?” 탱크로리 기사들 분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달 24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 도로에 탱크로리(유조차)가 멈춰 서 있다. 뉴시스

“우린 들러리였나.”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품목 확대 없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했던 14년 경력의 탱크로리 기사 A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댈 언덕이 사라졌다. 답답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탱크로리 기사들은 이번 파업에서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이들의 파업으로 저유소에서 일선 주유소로 가는 수송길이 막혀 수도권을 중심으로 ‘품절 주유소’가 발생하기도 했다. 화물연대도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6월 파업 이후 탱크로리 기사들이 대거 조합원이 됐다고 말하면서 6월에 10%였던 조합원 비율이 지금은 전국 70%, 수도권 90%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주 넘는 파업 끝에 남은 건 상처뿐이다. 화물연대 오일탱크로리 지부의 한 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했지만, 얻은 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파업 전에 정부·여당이 제시한 안을 다시 받는 모양이 됐다. 품목 확대 얘기는 언급도 안됐다”면서 “일몰이 3년 연장되더라도 끝나는 시점에 논의 초점은 다시 일몰제 폐지 여부가 될 텐데, 그때도 (이번처럼) 우리가 들러리가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 조직 기반이 흔들릴 정도”라고 했다.

현재 탱크로리 기사들은 원청(정유사)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장 투쟁’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 GS칼텍스 본사, SK에너지 본사, 현대오일뱅크 서울사무소 등에서 지난 6일 시작한 사업장 투쟁은 파업 동력 약화로 지난 9일에 전면 중단했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애초 탱크로리 기사들은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원청과의 협상을 원했다고 한다. 선례가 있다. 올해 초에 에쓰오일과 계약한 수송사에 소속된 기사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했는데, 이들은 지난 6월 총파업(8일간)에 이어 사업장 투쟁(16일간)을 하면서 기본요율 인상, 수송사 선공제 항목인 물류관리비 원청 부담 등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또 다른 오일탱크로리 지부 관계자는 “에쓰오일 사례가 다른 정유사의 탱크로리 기사들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직·간접 계기가 됐다. 정유 3사의 기사들이 개별 사업장 파업에 들어갈지 고민 중”이라며 “12~13일 중에 사업장 투쟁 연장 여부를 확정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에쓰오일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정부 강경기조에 원청도 협상을 피하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지난주에 지부별로 원청 본사 앞 투쟁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요구안들을 보냈다. 아직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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