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상자 275명인데…현장응급의료소 실적엔 19명뿐

복지부,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 자료
현장상황 혼란, 분류표 수거 어려워
“재난의료 정보 체계 개선 필요”

지난 4일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용산구보건소가 작성한 이태원 참사 이후 보고서에 사고 당시 현장응급의료소를 거쳐간 인원이 19명으로 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 측은 실제 진료 인원이 더 많았으나 현장 혼란 탓에 중증도분류표 일부만 확보했다는 입장인데, 재난 의료 정보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이태원 참사 관련 현장응급의료소 운영일지에 따르면 참사 이튿날인 지난 10월 30일 오후 5시까지 관련 사상자는 275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가 14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긴급환자 22명, 응급환자 95명, 비응급환자 14명이었다.

그런데 같은 시각 기준으로 기재된 현장응급의료소 진료 실적은 이에 한참 못 미쳤다. 총 19명의 부상자만 현장응급의료소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표기됐다.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보고서는 “많은 사상자를 진료했으나 현장 상황이 혼란스러워 수거된 중증도분류표가 19장뿐”이라며 “수거된 중증도분류표를 기준으로 파악한 현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응급의료소는 재난 현장에서 의료 대응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임시기구다. 환자의 중증도 분류와 응급처치, 이송에 모두 관여한다. 중증도분류표는 환자의 최초 검진 내용과 응급처치 내역, 의학적 상태, 이송병원명, 현장 출발 시간 등을 담고 있는 식별표다.

중증도분류표의 주 기능은 막 이송해온 환자의 정보를 의료기관에 알리는 데 있다. 수기로 작성하며 한 부는 환자를 실어나른 이송반, 다른 한 부는 환자를 받은 의료기관이 가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현장에서 분류표 (사본을) 보관하거나 수거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선 제대로 된 사후 평가를 위해서라도 재난 상황의 의료 대응 과정을 더 엄밀히 기록·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실제로 진료를 많이 했다면 현장이 정리된 뒤에라도 누락된 부분에 대해 기록을 남겨둬야 했다”며 “275명 중 19장이란 건 (대응 과정에 대한) 평가를 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형민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중요한 건 수거 여부가 아니라 (환자의) 상황이 제대로 보고·정리됐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참사 당시 환자를 받았던 의료기관과 소방 당국 등지에 중증도분류표 제출을 요청해둔 상황이다. 11일까지 26장의 중증도분류표를 받았고, 여기에 원본은 찾지 못했으나 별도 목록으로 정리된 데이터가 30명분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0여명의 사상자에 대해 초기 상태를 가늠할 자료가 확인된 셈이다.

다만 수기 자료의 특성상 현실적으로 전수를 확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추적할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엔 동의한다”며 “해외에선 종합적 관리가 용이한 바코드 등 전자식을 차용하는 곳도 있으나, 수기가 더 간편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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