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돌풍의 비결… 새 감독, 역대급 재능, 이민의 역사

모로코 축구대표팀 바르드 바눈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 포르투갈전 승리가 확정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축구대표팀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모로코는 아프리카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올랐다. 2018 러시아대회까지 총 5번의 월드컵에서 2승밖에 못 거둔 모로코가 카타르 최고의 언더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일차적으로는 라크라키 감독 선임과 그의 전술이 있다. 모로코축구협회는 지난 8월 모로코를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했다. 본선이 불과 3개월여 남은 시점이다. 감독 교체 이유로 ‘다양한 비전’을 거론했지만, 에이스 하킴 지예시와의 갈등이 원인이라는 게 정설이다. 할릴호지치 전 감독은 지예시가 부상 핑계로 A매치 출전을 거부했다며 선발명단에서 제외했고, 지예시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모로코 축협은 지예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 포르투갈전 승리가 확정된 뒤 헹가래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새로 부임한 라크라키 감독의 핵심전력은 철벽수비와 역습이다. 주로 4-1-4-1 포메이션을 짰는데, 포백 라인은 깊고 낮게 수비대형을 유지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수프얀 암바라뜨는 바로 앞에서 고정해 사실상 5백이었다. 미드필더 라인도 1차 방어를 위해 수세적으로 나섰다. 최전방 유시프 엔누사이리를 제외하면 10명이 수비적으로 나선 셈이다. 모로코는 8강전까지 단 1골만 허용했고 이마저도 자책골이었다.

상대가 볼을 놓쳤을 때 본격적으로 역습한다. 양 윙백 아슈라프 하키미와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양 날개인 지예시, 수프얀 부팔과 함께 공격에 가담해 고립됐던 엔누사이리는 순식간에 동료 대여섯명과 함께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한 번도 볼점유율 우위에 있던 적이 없다. 크로아티아·벨기에·캐나다전에서 각 39% 36% 42%였고, 16강(스페인)과 8강(포르투갈)에서는 20%대까지 내려갔다. 그럼에도 슈팅 수는 밀리지 않았다. 포르투갈전은 점유율이 27%에 불과했음에도 슈팅 9개로 포르투갈(8개)보다 많았다. 스페인전도 23%에 불과했지만 슈팅 6개로 스페인(8개)과 비등했고, 유효슈팅은 3대 2로 더 높았다.

이 전략은 양질의 선수층 때문에 가능하다. 스쿼드는 모로코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는 평가다. 하키미와 마즈라위는 각각 파리생제르맹(PSG),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풀백이다. 에이스 지예시는 첼시, 최전방 엔누사이리와 최후방에서 슈퍼세이브로 팀을 구한 야신 부누는 세비야 소속이다. 주장 사이스는 터키 베식타스로 이적했지만 지난 시즌까지 울버햄프턴에서 6시즌간 활약한 베테랑이다. 이밖에 암라바뜨(피오렌티나), 나이트 아게르드(웨스트햄), 수프얀 부팔(앙제) 등도 유럽파다.

모로코 축구대표팀 수프얀 부팔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8강전 포르투갈전 승리가 확정된 뒤 어머니와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많은 유럽파의 배경에는 모로코 이민의 역사가 있다. 모로코 대표팀 26명 중 모코로 태생은 12명뿐이다. 14명이 이민 가정 출신이다. 모로코는 유일하게 유럽(스페인)과 육로 국경을 접하는 아프리카 국가다. 기근과 전쟁, 강제결혼 등을 피해 유럽으로 가길 희망하는 이민자와 난민 신청자들이 많다. 역사적으로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어 이민을 가서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다. 스페인 마드리드 태생인 하키미는 청소 노동자인 어머니와 노점상을 운영한 아버지의 희생 속에서 성장했다.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이 같은 냉대와 차별의 경험 속에서 자라난 가족애와 조국애가 모로코 선수들의 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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