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형제 사라져도 혼란 없다…사형수 법적 지위 그대로”

헌법소원 청구인 의견서 …사회적 혼란 없을 것이라는 취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 7월 1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12년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사형 제도를 놓고 헌법소원 청구인이 “위헌 결정시 재심 청구권이 발생할 뿐 사형수의 법적 지위에 변동은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지난 7월 공개변론에서 재판관들은 사형제 위헌시 미결수 지위와 집행 문제, ‘사형’을 법정형으로 둔 나머지 104개 법률조항의 효력과 관련해 답을 구한 바 있다. 청구인 측이 큰 사회적 혼란이 없을 것이란 취지로 답변한 반면, 법무부는 “심각한 입법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소원 청구인 윤모씨 측은 헌재 석명에 대한 답변서에서 헌재의 2차 합헌 결정(2010년 2월 25일)을 기점으로 사형제 위헌 결정의 소급효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합헌 판단을 내린 이후인 2010년 2월 26일부터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미결수들에게만 재심 청구권이 발생한다는 취지다. 청구인 측은 의견서에서 “2010년 2월 25일 합헌 결정일을 기준으로 이때까지 사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변동이 없다”고 했다.

헌재 결정이 미집행 사형수들에게 미칠 영향은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이기도 하다. 당시 대심판정에선 위헌 결정시 소급효는 언제부터 발생하는지, 재심을 청구 할 수 있게 된 사형수들의 구금 상태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미결수를 구금할 법적 근거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했다. 헌재가 법 개정 때까지 시한을 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혼란을 막을 수 없다는 게 법무부 측 주장이다. 헌재가 정한 시한 내 국회에서 개선 입법을 하지 못할 경우 단순위헌 결정과 다를 바 없는 입법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법무부는 우려했다.

반면 청구인 측은 미결수의 법적 지위와 구금에는 변동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위헌 결정은 확정 판결의 기판력에 영향이 없고, 사형 확정수의 재심 청구에도 형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이 다루지 않는 법률조항 중 법정형으로 ‘사형’을 둔 나머지 104개 법률 조항의 효력을 놓고도 양측은 부딪혔다. 청구인 측은 헌재가 심판 범위를 나머지 법률 조항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청구인 측은 의견서에서 “형벌의 한 종류로서 사형을 정한 형법 제41조1호가 위헌으로 판단된다면 이는 헌재가 사형이라는 형벌제도가 헌법에 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 경우) 형벌에 관한 개별 조항의 ‘사형’도 당연히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부는 “만일 단순위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사형을 규정한 모든 법률조항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폈다. “만에 하나 단순위헌이 내려질 경우 입법 공백이 매우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공개변론에선 사형 집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헌재는 앞서 두 차례(1996·2010년) 사형제에 합헌 판단을 했지만, 정부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도 2020년 11월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적 유예) 결의안에 찬성했다.

청구인 측은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없는 미결수의 사형 집행도 이뤄져선 안된다는 내용을 의견서에 담았다. 청구인 측은 “형법 41조1호(사형)에 대한 위헌 결정은 사형이란 형벌 자체가 위헌이란 것을 의미한다”면서 “재심 신청을 할 수 없는 지위에 있는 사형수더라도 이들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재심 청구도, 사형 집행도 불가능해지는 사형수들과 관련해선 “입법기관이 해결해야 한다”는 게 청구인 측 답변이다. 반면 법무부는 사형제 위헌 결정을 놓고 여러 논쟁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존치 판단을 촉구했다.

임주언 구정하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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